그냥그냥 열심히 살았더니 오늘이 왔고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말하는 백남인 정명례부부 지나온 세월 사진속에 켜켜히 남아 없는 살림에 '그냥그냥' 열심히 자식들 다 키운 지금 가장 행복 백남인 (71) 씨는 입석마을이 고향이다 . 아내 정명례 (62) 씨는 단지마을에서 이 마을로 시집왔다 .
부부의 첫째 딸이 마흔둘이니 명례씨가 이 마을에서 산지 43 년은 된 거 같다 . 딸 둘에 쌍둥이 아들 둘까지 모두 키워내느라 정말 정신없었던 시간이었다 . “ 지금이야 자식을 낳으면 시어머니 , 친정어머니가 돌봐준다고 하는데 우리 때는 그런 것도 없었어요 . 버섯도 키우고 감농사도 하고 .
감 깎을 때는 우리 애들 못 돌아다니게 커다란 대야에 앉혀놓고 일을 했어요 . 바쁠 때는 애들 들쳐 메고 밭일도 하고 그랬죠 .” 그렇게 일을 많이 해서일까 . 명례씨는 허리 디스크로 힘든 요즘이다 . 남편 남인씨도 젊은 시절을 떠올리니 고생했던 기억이 수없이 스쳐지나간다 .
“ 하루 벌어먹고 살았어요 . 결혼해서 자식들은 생기고 돈은 없고 . 몸뚱이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온거에요 . 젊을 때 서울에 올라가서 전파사도 다녀보고 떡도 배워보고 주유소 일도 했죠 . 남의 일 다녀봐야 돈은 못 모아요 . 그래서 남들 잠 잘 때 돈을 벌었어요 .
그랬더니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더라고요 .” 부부는 마을 사람의 소개로 만났다 . 남인씨가 스물아홉 , 명례씨가 스물하나 . 12 월 19 일 눈이 오던 날 부부는 고산면 한 결혼식장에서 결혼했다 . “ 평화예식장이었나 ? 오래돼서 이름도 기억 안나요 .
결혼식 올리고 고산에서 배를 타고 동상에 들어와서 다시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왔었던 거 같아요 . 눈이 내렸고 추웠어요 .” 그날의 기억은 부부의 안방에 고스란히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 결혼식장에서 찍은 어여쁜 명례씨와 멋진 남인씨의 사진이 세월이 묻은 액자에 걸려 수십년째 함께 한다 .
“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사진 많이 찍거든요 .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요새는 여행도 못 가네요 .” 그래서인지 거실에는 자식들 결혼 사진 , 손주들 사진 , 그리고 얼마 전에 찍은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사진까지 빼곡하다 .
옆 동네 남녀가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그들이 뿌린 씨앗의 이야기가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겨져 있다 . 명례씨는 웃음이 많다 .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할 때도 ‘ 그냥 그냥 살았다 ’ 며 웃어버린다 .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묻자 그의 대답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있었다 .
“ 그냥 그냥 살다보니 이날까지 살았어요 .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 아이들 다 키우고 그냥 그냥 사는거죠 . 자식들이 전주 사는데 손주들도 자주 와요 . 몸이 아프더라도 손주들 보면 예쁘죠 .” 부부는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짓고 있다 .
표고버섯 , 감농사 , 양파 , 마늘 , 참깨 , 들깨 , 벼농사까지 . 가짓수가 많다고 하니 이 정도는 시골에서 다 짓는 정도란다 . 자식들 챙겨줄 용도의 농사이다 . 부모는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다 . “ 부모가 배움이 부족하니까 자식들한테는 그거 하난 물려주기 싫더라고요 .
어떻게든 가르치려고 했죠 . 우리는 자식들한테 바라는 것 없어요 . 자식들만 잘 먹고 잘 살면 돼요 . 우리도 젊을 땐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게 살았지만 이제는 우리 둘만 먹고 살면 되잖아요 . 이게 편안하게 사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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