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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1.01.18

대부산 아래 학동마을

귀향한 장영철-백유순 부부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1.01.18 14:14 조회 3,2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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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아랫목 약식혜 한 잔의 낭만 날이 꽤나 추웠다 . 조끼 하나 입은 백유순 씨가 집 앞 마당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 춥지 않느냐고 묻자 이 정도 추위는 괜찮다고 한다 . 방금 전까지 아궁이를 땐 아랫목에서 뜨끈하게 앉아있다 나온 참이었다 .

“ 추우면 방에 들어가서 불 좀 때다 가요 .” 오래된 아궁이가 있는 이 아담한 집에는 장영철 (71), 백유순 (67) 부부가 산다 . 학동마을이 고향인 남편 영철 씨가 퇴직을 하면서 지난해 12 월 부부는 이곳으로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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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여덟에 전주로 나갔는데 부모님이 여기 계시다 보니 매주 토요일에는 고향집에 왔어요 . 퇴직하고 시내에서 할 일도 크게 없더라고요 . 시골 와서 농사도 좀 짓고 취미생활도 하자고 들어온 거죠 .” 수십 년 도시 생활을 한 아내 유순 씨는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남편 말이 처음에는 반갑지 않았다 .

“ 저도 고향이 비봉이에요 . 그래도 처음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말에 걱정이 됐죠 . 하지만 남편을 이길 순 없더라고요 . 지금은 자식들이 시골집이 생겼다고 더 좋아해요 . 요새 밖에 돌아다니기 힘든 시기잖아요 .

여기 오면 공기도 좋고 사람도 없으니까 자식들이 자주 와요 .” 부부가 사는 집은 영철 씨의 부모님이 사셨던 곳이다 . 더 위로 올라가면 , 영철 씨의 할아버지가 사셨던 곳으로 ,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오막살이로 지어 온 가족이 살던 터이기도 하다 .

“ 부모님 사시던 집을 저희가 고쳐서 들어온 거예요 .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희 부모님이랑 형제들이 같이 산에서 나무를 지어다가 집을 지었던 기억이 나요 . 옛날집이라 천장이 낮고 그렇네요 .” 이제 막 불을 때기 시작한 아궁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영철씨 부부.

부부는 교회 목사님을 통해 서로를 소개 받았다 .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1978 년 11 월 28 일 전주 덕진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고 날씨도 매서웠다 . “ 한 1m 정도는 눈이 왔던 것 같아요 . 눈이 하도 오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저희 결혼식에 못 왔죠 .

결혼하는 날 눈이 많이 내리면 부자로 산다는 말이 있던데 우리는 그렇진 않더라고요 ( 웃음 ). 자식들 가르치고 먹이고 하니까 남은 건 없어요 . 그래도 자식들이 잘 살아줘서 괜찮아요 .” 아내 유순 씨는 남편의 첫인상을 떠올려본다 . 웃음이 나온다 .

“ 남편을 다방에서 처음 봤는데 잘 생겼더라고요 . 상냥해서 좋았어요 . 처음에는 9 남매 장남이래서 시집 안 가려고 했는데 … . 저희 친정엄마도 9 남매 장남이어도 남자가 서글서글하다고 그러대요 . 또 희한하게 결혼 전에 꿈을 꾸면 저 남자 얼굴이 나타나는 거예요 . 그렇게 연분이 됐어요 .

내가 남자 복이 있나 봐요 . 남편이 참 잘해요 .” 유순 씨가 직접 달인 약식혜. 손님이 찾아오자 부부가 바빠졌다 . 겨울이면 별미로 해먹는 ‘ 약식혜 ’ 를 내온 참이다 . “ 쇠물팍 ( 우슬 ) 을 말리고 삶아 씻어 그 물로 엿기름을 거른 후에 식혜를 앉힌 거예요 .

이게 몸에 좋다니까 많이 잡숴요 .” 아궁이 때는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은근한 향 품은 약식혜를 마시자니 겨울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 부부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 “ 건강이 첫째죠 . 자녀들이 건강하면 좋겠어요 . 고향으로 돌아오니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

마을에 봉사도 하고 마을을 좀 더 깨끗하고 보기 좋게 꾸미고 싶어요 . 꽃도 심어보고 싶고 . 이웃들이랑 서로 잘 지내고 사랑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

현장 사진

귀향한 장영철-백유순 부부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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