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점심 무렵 경로회관 혼밥 처지 어르신들의 밥상공동체... 별 반찬 없어도 모이니 풍성 3 월의 평일 , 시계가 낮 12 시를 향해가자 경로당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분주해진다 .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온 이옥실 (85) 할머니도 집이 아닌 경로당으로 곧장 발걸음을 향했다 . 대문안 마을의 점심식사가 시작된 것이다 . “ 우리 마을 여자들은 이렇게 모여서 점심 같이 먹어 . 오늘은 별 반찬 없어 . 그냥 김치에다 먹어야지 .
근데 자시고 갈거지 ?” 함께 오손도손 나물을 씼고 있는 김영애 할머니와 이옥실 할머니 된장찌개에 넣을 두부를 썰고 있는 이옥실 할머니의 손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손이 빠른 사람이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상을 편다 . 냉장고에는 누가 가져온 지도 모르는 각종 반찬과 음식 재료들로 가득 .
“ 김장하면 각자 한통씩 가져와 . 김치 ( 냉장 ) 고에 김치가 겁나 . 떨어지면 또 가져오고 . 이 된장도 누구껀지 몰러 . 그냥 다 같이 먹으니까 나눠 먹는거지 .” 어머니의 손맛이 듬뿍 배인 쪽파무침. 별 반찬이 없다지만 살림경력 수십년의 어머니들이 모이니 밥상이 금방 풍성해진다 .
된장찌개 , 고추장아찌 , 파김치 , 콩나물무침 등 . ‘ 차린 건 없다는 ’ 맛 좋은 밥상에서는 오늘의 날씨 이야기부터 반찬 , 이웃 이야기 등 대화가 쉴 틈 없이 오간다 . 그중에서도 이날의 화두는 김영애 할머니의 손목에 붙인 파스다 . “ 손모가지가 끊어지진 않았나벼 .
모욕하다 모욕탕서 자빠졌어 . 미끄럽지 비누칠 했응게 . 파스나 한번 붙여 볼라고 . 우리 같은 사람은 한번 다치면 낫기가 힘들어 . 젊은 사람들은 괜찮은디 늙으면 더혀 . 힘이 없어 .”( 김영애 ·81) “ 늙으니까 멀쩡한데서 자빠져 . 조심해야 혀 . 한시름도 마음을 못 놓아 .
일상 걱정을 해 . 늙어서 이제 아무짓도 못혀 .”( 송순자 ·85) 점심을 마친 이후에는 소화를 시키기 위한 화투 놀이가 열린다 . 놀이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 “10 원 걸고 하는데 , 돈 딴 사람들은 다시 도로 줘 . 딸 때도 있고 안 딸 때도 있고 .
그게 다 그날 재수여 .”( 이옥실 할머니 ) “ 모여서 밥 먹고 놀면 재미있어 . 우리는 맨날 이렇게 놀아 . 마을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 겨울에는 잠도 같이 자 .”( 심산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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