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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5.05.20

대나무 바람 머무는 죽절마을

자전거 타는 양점례 어르신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5.05.20 14:33 조회 1,68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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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다 크면 와, 쪄줄게 …" 괜시리 서럽더니 젊은이들 보니 좋네 자전거 타는 양점례 어르신 양점례 (80) 어르신은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밭으로 향했다 . 집에서 6 분 거리 자주 다니는 길이다 . 오늘은 깨를 심기 위해 땅을 살펴보려는 날이다 .

#자전거 타는 양점례 어르신
#자전거 타는 양점례 어르신

비가 온 다음날이라 질척한 흙이 삽에 잘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 허리와 무릎이 욱신거리긴 하지만 몸을 일으켜 밭으로 향했다 . “ 요새는 그냥 먹을 만큼만 심어 . 생강 , 파도 있고 이제 깨 좀 심을라고 .

고구마 씨도 오늘 병원 갔다 오는 길에 좀 사야지 .” 죽절마을에 시집온 건 스물셋 전주에서 남편 따라 내려온 지 벌써 57 년째다 . 슬하에 다섯 자녀를 두었다 . 아들 하나 , 딸 넷 . 옛날엔 ‘ 아들 낳으라 ’ 는 시댁의 압박에 시집살이를 하며 버텨야 했다 . “ 그땐 다들 그랬어 .

딸 낳으면 한숨 쉬고 아들 낳아야 대접받고 . 그래서 자식이 많아진 거지 뭐 . 막내가 아들이야 .” 자식들은 모두 자라 가까운 전주에서 산다 . 셋째 딸만 서울에 있다 . 평소엔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도 뜸하지만 유독 오늘은 마음이 더 서러웠다 . “ 전화 한 통도 없으니 ...

오늘은 괜히 마음이 좀 그랬어 . 아침에 그냥 하염없이 기도를 했지 .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쑤시고 . 그래서 그랬나 봐 .” 그러던 찰나 마을에 찾아온 기자 일행에게 따뜻한 커피를 타주며 양 어르신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다 .

밭 가는 중 (2)
밭 가는 중 (2)

“ 오늘 좀 서러웠는데 젊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니 기분이 나아지네 .” 양점례 어르신의 집 마당에는 철쭉이 벽을 타고 피어 있다 . 젊었을 때 직접 심은 꽃들이다 . 한두 해에 피어날 꽃이 아니다 . 정성과 세월이 배인 철쭉은 철마다 곱게 핀다 . 젊어서는 철쭉을 나무 째로 키워내는 일도 했다 .

그러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그만두었다 . 어르신의 하루는 평일 2~3 번 노인일자리를 마친 후 어김없이 밭으로 향하는 것으로 끝난다 . “ 우리 밭은 산 아래에 있어서 고라니가 자주 내려온다 . 그래서 작물을 심으면 바로 망을 쳐야 해 . 안 그러면 고라니가 와서 다 뜯어먹거든 .

그래도 나쁜 것보단 좋은 게 낫지 . 고구마 다 익으면 와 , 내가 쪄줄게 .” 언젠가 고구마 찌는 냄새가 어르신의 마당을 다시 한 번 따뜻하게 채울 날이 올 것이다 .

현장 사진

자전거 타는 양점례 어르신 사진 1 자전거 타는 양점례 어르신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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