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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7.07.03

느티나무 곁 안남마을

여름 초입 풍경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7.07.03 11:34 조회 4,09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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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마을 여름 초입 풍경 마을의 여름은 둥구나무 아래 양파가 쌓이는 계절 고산읍내에서 대아호 방면으로 가다보면 도로변에 풍성한 느티나무들을 볼 수 있다 . 고산면 소향리에 위치한 안남마을이다 . 이맘때쯤이면 이 마을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빨간색 양파망과 마늘을 쌓아놓고 장사를 한다 .

느티나무와 양파 , 마늘 . 어떻게 보면 마을 이름을 설명하는 것 보다 이 세 가지 키워드로 마을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 6 월을 지나면서 여느 해와 다름없이 안남마을 느티나무 아래 양파와 마늘을 쌓은 할머니들이 나타났다 . 여름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 안남마을의 양파수확이 한창이다.

이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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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마을 양파는 작고 단단해서 쉽게 물러지지 않아 찾는 이가 많다. 안남마을 둥구나무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제 “ 이리오셔 아저씨 . 이 골짝에 차 받치면 되지 . 시원한 물이라도 한 컵 드릴까 ?” 지나가던 차량이 양파 더미 앞에 멈췄다 . 충남 금산에서 양파를 사기 위해 온 반가운 손님이다 .

소순덕 할머니는 처음 본 손님에게 친한 친구마냥 말을 건넨다 . 양파 20kg 가 2 만원 , 10kg 가 1 만원 . 올해는 가물어서 지난해보다 양파 값이 2,000~5,000 원 가량 비싸졌다 . 마을 어르신들은 6 월부터 양파를 팔기 시작해 늦으면 10 월까지 판매한다 .

고산의 양파는 작고 단단해 맛이 좋아 한번 구매했던 사람들은 또 오는 경우가 많다 . 양파를 파는 소순덕 할머니가 잠시 느티나무에 기대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 항상 이 자리가 내 자리여 . 내가 여서 몇 십 년째 양파를 파는데 . 계속 팔아주는 사람들 오면 진짜 고맙지 .

내가 고생을 많이 해서 이렇게 늙어버렸어 . 나는 남들보다 양을 적게 팔아서 이제 6 망 정도만 더 팔면 돼 .”( 소순덕 ·77) 안남마을과 마을 앞으로 흐르는 만경강 사이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느티나무 숲이 있다 . 모두 열여덟 그루 .

과거에 마을을 수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보호수로 지정된 것들이다 . 수령 200 년 이상 , 평균 수고도 30m 가 넘다보니 이 느티나무 길로 들어서면 기온이 달라진다 . 마을 어르신들은 느티나무를 둥구나무라고 부른다 .

나무 그늘 밑 양파를 팔고 있는 강평리 어르신은 바람이 차가워 조끼까지 걸쳤다 . “ 둥구나무 쪽은 시원혀 . 냉장고지 . 물가에 물이 더 있으면 지금보다 더 시원해 . 근데 원체 가물어서 물이 없네 .

지금 가물어서 위로 올라온 다슬기도 많을거여 .” ( 강평리 ·69) 모정에 둘러앉은 주민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제공=황재남 사진작가) 농사꾼들에게 더위는 참아야하는 것 뙤약볕이 작열한다 . 그야말로 그늘 한 점 없는 한 낮 . 어르신들은 노란색 모정에 모이셨다 .

이곳이 봄여름에 어르신들이 모이는 장소다 . 사방이 트여서인지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 “ 경로당에 있으면 서로 얼굴만 쳐다보잖어 . 근데 여기 나오면 차가 지나가는 것도 보고 사람들 일하는 것도 보고 재미져 . 8 월까진 여서 놀아 우린 .”( 오정자 ·74) 이야기의 화두는 단연 농사 걱정 .

비가 오지 않아 다들 농사가 쉽지 않다 . “ 올해 많이 가물었어 . 비가 안 오면 농사 짓기가 2 배는 힘들어지거든 . 아직 비다운 비가 안 와서 걱정이야 .

양파도 그렇고 비가 안 오니까 잘 안됐어 .”( 이순봉 ·85) 모종 앞 밭에는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허리를 기역자로 숙인 할머니가 있다 . 이날 자외선 지수가 최고지만 모자 하나만을 방패 삼아 깨를 뿌린다 . “ 시원할 때 골라 일 하면 일이 줄간 .

농사짓는 사람들은 더워도 참고 해야 되는거여 . 테레비 보니까 오늘 35 도래 . 올해 최고 덥다고 나가지 말랬는데 근디 어째 일해야는데 . 내 나이 ? 늙어빠졌어 . 팔십이살이여 .”(82 세 한 할머니 ) 송귀례 할머니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들깨를 심고 있다.

긴 가뭄 끝 단비가 내려 감사한 날 “ 장마 끝나고 하면 이거 ( 들깨 ) 죽으라구 ? 덜 자랐는데 내일도 비 온다고 하길래 심는거여 .” 오랜만에 내린 비는 밤새 땅으로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 아직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가뭄이 오래도록 계속된 터라 반갑다 .

마을 사람들은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논과 밭으로 향한다 . 송귀례 할머니 역시 새벽부터 바쁘시다 . 숨 돌릴 틈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이 할머니의 일상 . 이날도 쪼그려 앉아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능숙하게 열을 맞춰 들깨 모종을 심어낸다 . “ 처음엔 들깨를 그냥 뿌렸는데 새가 다 주서 먹어버렸어 .

콩은 봄에 심은 건데 새가 콩도 다 빼먹고 가물어가지고 저렇게 못 자랐네 . 담번엔 촌으로 시집 안 갈텨 . 비가 많이 오면 너무 와서 걱정 , 안와도 걱정인게 걱정만하다 끝나버려 .”( 송귀례 ·71) 텃밭에서 호박을 따고 있던 임양순할머니 불편한 거동의 임양순 할머니도 간밤에 내린 비가 반갑다 .

보행기가 없으면 걷기 힘들지만 천천히 텃밭으로 나가 비를 만진다 . 야물게 연 호박을 따서 게 중에 커다란 것을 낯선 객에게 건넨다 . “ 나는 말을 잘 못해 . 아파 . 가만히 보니까 호박이 두개 나왔길래 땄어 . 하나 가져가 .

된장찌개도 해먹고 볶아 먹어도 돼 .”( 임양순 ·88) 비 맞은 파란 호박을 건네는 할머니의 마음이 고맙다 . 가문 땅을 보며 한숨 쉬던 농부들도 비를 내려준 하늘이 고맙다 . 이용창 (68) 어르신은 “ 농사는 하느님이 짓는 것 ” 이라고 말한다 .

앞으로 더 더워지겠지만 , 비도 더 와야겠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감사하다 . 그것이 어르신들이 세월을 통해 삶을 배워온 방법이다 . 양파 마늘을 주로 재배하는 안남마을은 집집마다 헛간에 매달아 놓은 마늘이 눈길을 끈다. 양파수확이 끝나면 일손을 놓고 잠시 휴식이 찾아 온다.

안남마을엔 지금도 빨래터가 있어 주민들이 자주 이용한다. 안남마을은 ? 안남마을은 고산면 소향리 창포마을 용바우 서쪽에 있는 마을이다 . 기러기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해 안남마을이라 붙여졌다 . 과거에는 85 호까지 살았지만 지금은 65 가구 ·92 명이 산다 .

마을에는 60~80 대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주로 양파와 마늘 , 감농사를 짓는다 .

현장 사진

여름 초입 풍경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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