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여 년 시간이 흐른 곳에서 빼곡한 일정표처럼 숨 가쁘게 살아온 인생 간만에 구름이 걷히고 맑은 날이었다 .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 앞을 서성였는데 개가 왕왕 짖었다 . 그 소리를 듣고 박철진 (59) 씨가 왔다 . 이 집에서 나고 자란 철진 씨는 밀양박씨 18 대 종손이다 .
그의 집에는 요즘 보기 힘든 제비집이 두 개 있었다 . 그는 “ 원래 현관에 있던 제비집까지 3 개였는데 그게 문에 달려있어서 어머니가 떼냈다 ” 며 웃었다 . 집 앞에 있는 제비집. 철진 씨의 집에 들어서니 거실 한쪽에 ‘ 청백전가 ’ 라는 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었다 .
‘ 대대로 청렴과 공정을 지킨다 ’ 는 뜻으로 오랫동안 내려온 집안의 가훈이다 . “ 제가 이정공 할아버지 18 대 종손인데 1 대에 약 30 년씩만 잡아도 600 년 되겠네요 . 그렇게 따지면 이곳이 500 년 넘게 자리 잡은 종가예요 .
‘ 청백전가 ’ 는 조선시대 성종이 우리 조상에게 호를 지어준 거예요 .” 종가는 여느 집보다 제사를 포함한 연례행사가 많을 터 . 철진 씨가 보여준 달력에도 날짜 별로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 주로 어떤 행사가 있는지 궁금했다 . “ 일단 제사가 많죠 .
고조할아버지부터 증조할아버지 , 할아버지 , 아버지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요 . 나머지 윗분들은 시제를 모시고요 . 제사 말고는 종친회 , 이사회 이런 것들이 있어요 .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평상시에 일하면서 종가 일도 챙기려면 쉽지 않았죠 .” 철진 씨 집 안 거실 벽에는 '청백전가' 문구가 붙어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철진 씨는 학생 시절에 복싱선수를 했었다 . 이후 솔선수범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지역에서 다양한 체육계 임원직을 맡았다 .
현재는 전라북도 체육회 생활체육위원 , 완주군체육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 “1989 년에 전라북도에서 배드민턴 연합회가 전주에 하나 있었어요 . 그때부터 함께 해서 재무 3 년 , 사무국장 3 년 , 회장 7 년을 맡았어요 .
학교 체육관 고효율 전등사업부터 배드민턴 전용체육관 짓는 것까지 토대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었죠 .” 최근 한국농수산대학교에 다니면서 특용작물 , 조경 관련한 수료과정을 밟고 있는 철진 씨 . 임업후계자로서 새로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
그는 지난해 완주군 평생교육원에서 반려동물 자격증과 드론 자격증도 취득했다 . “ 요즘 산림에 관심이 생겨서 산림복합경영은 수료를 마쳤고 조경수를 배우고 있어요 . 3 월 중순에는 밭에다가 나무 9,000 그루 심었어요 .
이때 심은 게 3 년 뒤면 다 자라는데 그때 판매도 하고 조경에도 사용하려고요 . 이렇게 차근차근 배워나가려고 해요 .” 철진 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공부에 전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 훗날 지역에 반려동물과 함께 뛰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
“ 앞으로 독거노인이나 1 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할 것 같아요 . 그래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려고 해요 . 현재 부지는 알아 보고 있는 중인데 미래 세대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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