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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5.12.16

넘이 없는 곳, 유상마을

오씨들이 모여사는 넘이 없는 마을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5.12.16 11:28 조회 3,9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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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이 없어서 좋은 점은 있어도 안 좋은 점은 없지" 점심도 같이...언제나 함께 하니깐 좋제~ 소양면에서 상관면으로 넘어가는 길목 , 이곳에는 유상 ( 柳上 ) 마을이 있다 . 다른 마을과 달리 하우스 농사를 많이 짓지 않아 겨울이 되면 유독 조용하다 .

12 월 초입 , 마을은 겨울을 지나는 중요한 관문인 ‘ 김장 ’ 으로 떠들썩했다 . 동서지간으로 만나 60여년 오손도손 유상마을은 오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씨 집성촌이다 . 다시 말해 이 마을은 ‘ 남 ’ 이 없다 . 가까운 일촌에서 , 멀게는 구촌까지 모두가 한 식구다 .

오진 아버님
오진 아버님

마을에는 타씨성을 가진 가구가 사는 웃유상마을까지 포함해 모두 22 가구가 산다 . 이중 남자 어르신은 다섯 분 , 나머지는 모두 여자 어르신이다 .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 젊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다 보니 마을은 70 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 “ 이 마을에 넘이 있간 .

다 가족이니께 여물없이 지내는거지 .” ( 이금춘 ·74) 전주에서 온 형님과 용진 구억리에서 온 동서인 차명순 · 소무순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만나 60 여년을 친구처럼 지내왔다 . “ 내가 촌수로는 형님이긴 해도 나이가 더 적어 . 그래서 동서에게 ‘ 여사님 ’ 이라고 부르지 .

동서는 나한테 ‘ 성 ’ 이라고 부르고 .”( 차명순 ·84) “ 서로 듣기 좋게 부르니까 얼매나 좋아 . 우리는 마음이 잘 맞아서 생전 입다툼 같은 건 안 해봤어 . 어디갈람 서로 불러서 같이 가지 .”( 소무순 ·88)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

‘ 넘이 없어서 좋은 점은 있어도 안 좋은 점은 없다 ’ 고 . 유상마을은 오씨 일가들이 지붕을 나란히 이웃을 이루고 있다. 칠순이 넘은 고령이 많은 유상마을은 요즘 점심 때면 어르신들이 함께 밥상머리에 둘러 앉는다.

유상마을의 겨울은 김장이 가장 큰 일 철쭉을 재배하는 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하우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다보니 유상마을은 겨울이 되면 고요해진다 . 이 고요함을 깨는 유일한 일이 바로 ‘ 김장 ’. 마을의 가장 젊은 이장댁 곽순애 (52) 씨도 집 거실에서 김장 중이었다 .

“ 동네 어르신들이 다 집안 어르신이시죠 . 오늘 내일은 김장하느라 다들 바빠요 .”( 곽순애 ·52) 오태원 이장댁 김장날, 부인 곽연희씨가 남편에게 막 담은 김장김치를 입에 넣어주고 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 마을에서 사셨다는 오진 할아버지 댁에도 김장을 위해 자식 , 사위까지 다 모였다 . 할아버지는 아궁이에서 김장에 쓸 풀죽을 끓이고 계셨다 . 무를 다듬는 사위의 손놀림이 김장을 한두해 해본 솜씨가 아니다 . “ 김장 할 때는 온 식구들이 다 모이죠 .

마을에 아내 가족들이 모여 사니 마을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 ( 사위 임우철 ·45) “ 마을에 효자비가 세워져있어서 그런가 , 이 마을 자녀들은 다 효자에요 . 김장하면 다 와서 도와주고 .”( 오건 ·77) 아들, 딸, 사위까지 다 같이 모여 김장하는 오진 어르신댁.

오진 어르신은 자녀들에게 줄 군고구마를 굽고 계셨다. 나락 농사에 삼 농사까지 , 지긋지긋하게 일 많던 옛날 “ 여기로 시집오니 , 이런 악사시런 세상이 없드만 .” 이서훈 (84) 할머니는 과거를 회상하며 혀를 내두른다 . 저녁에도 일 하느라 잠을 못 잤었던 기억이다 .

마을에서는 삼 농사 , 나락 농사 , 담배 농사를 했고 소도 키웠다 . “ 옛날에 일을 지긋지긋하게 많이 했어 . 그땐 시계가 있었간 ? 시장이라도 갈라치면 닭 울음 소리에 깨서 전주 남부시장까지 걸어갔어 .

밭곡식 머리에 이고 가서 물건으로 바꿔 왔지 .”( 최순이 ·85)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 마을에서 면소재지로 나가려면 도랑을 4 번 건너야했다 . “ 그땐 지금처럼 길이 좋들 안했어 . 자갈밭에 , 비포장길에 , 면소재지까지 갈람 도랑을 4 번씩 건너야했어 .

우리 자식새끼들은 학교 갈라면 도랑을 7 번 건넜지 . 비오고 물지면 나가도 못했어 .”( 차명순 ·84) 한참을 옛날 이야기에 빠져있던 할머니들이 서로를 보며 한 마디씩 한다 . “ 우리 그때 참 욕 봤어 .” 과거 , 마을에 버드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인 유상마을 .

마을에 점차 길을 내면서 버드나무는 하나둘 사라졌지만 정 많은 가족들은 여전히 마을에 남아있다 . ' 넘이 없는 ' 사이좋은 식구들 . 이곳에는 정이 넘치는 오씨 가족들이 살고 있다 .

현장 사진

오씨들이 모여사는 넘이 없는 마을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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