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 위봉마을] 허영수 김천연 어르신 부부 중매로 만나 55 년 , 마을 최고 잉꼬부부 어딜 가든 그림자처럼 늘 붙어 다녀 옛날엔 마을 내 유일한 점방도 운영 일기예보에 없던 짧은 비가 내렸다 . 기온은 선선했고 공기는 맑았다 . 소양면 위봉마을 모정 , 그곳에서 마을의 노부부를 만났다 .
부부는 이날 새벽 6 시부터 나와 일을 했다 . 잠시 쉬고 있던 남편 허영수 (78) 할아버지를 따라 밭에서 풀을 뽑던 부인 김천연 (74) 할머니도 모정에 앉았다 . 정읍에서 살던 할아버지가 위봉마을에 정착한 것은 17 세 . 위봉마을에 살던 조부를 따라 할아버지 네도 이사를 왔다 .
그리곤 60 여년이 흘렀다 . “ 육십년을 살았으니 내 고향은 여기나 같지요 . 집터 이쪽저쪽 옮겨가면서 살았지만 마을을 떠난 적은 없어요 . 예전에는 나락 농사를 지었는데 요새는 힘에 부쳐서 콩 , 고추 , 들깨 같은 거 심고 살아요 .
자식들 주고 동네에 필요한 사람한테 조금씩 팔기도 하고 .” 천연 할머니는 위봉마을에서 나고 자라 마을로 이사 온 영수 할아버지와 결혼했다 . 열아홉에 시집가고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살았으니 한평생을 이 마을에서만 산 셈이다 . “ 아버지가 중매를 했어요 .
그전부터 한동네 사니까 이 남자가 누군지 알았죠 . 그때는 어른들이 하라면 결혼하는 거죠 .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멍청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다른 마을에서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싶은 거죠 .( 웃음 )”( 천연 할머니 ) “ 뭘 멍청해 .
나한테 마음이 있으니까 시집 온 거지 .”( 영수 할아버지 ) 할아버지의 능청스러운 말투에 부부는 웃음이 터진다 . 서로 눈길을 흘기며 농담을 던지는 그 모습이 투닥거리는 어린아이 같다 . 부부는 늘 같이 다닌다 . 옆 마을 사람들도 차를 타고 가다 부부를 보면 꼭 한 마디씩 거든다 .
사이가 왜 이리 좋냐고 . “ 우리도 당연히 싸우죠 .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우리 부부가 제일 화목하고 재미있게 산다고 그래요 . 우린 늘 붙어있으니까 . 넘 ( 남 ) 의 일은 같이 안가도 우리 농사지을 때는 꼭 같이 가거든요 .” 사이좋은 부부는 과거 마을의 유일한 점방 주인이기도 했다 .
현재 집 창고로 쓰는 그곳이 점방이 위치했던 곳이다 . 사람들이 불렀던 이름은 ‘ 위봉상회 ’. “ 구멍가게를 했었어요 . 마을 앞으로 지나는 길이 나면서 가게도 접었죠 . 예전에는 위봉폭포나 동상면에서 전주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 담배도 팔고 막걸리도 팔고 이것저것 다 팔았죠 .
고생한 거 생각하면 말도 못해요 . ” 허영수 김천연 부부의 뜨락 천연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보며 평생 일만 해서 지금도 일을 하는 것이 ‘ 인 ’ 이 박혀있다고 했다 . 할아버지는 지난 12 년간 마을 이장을 맡기도 했다 . 마을 앞 도로를 확장하고 경로당을 지었다 .
그 덕에 지역 신문에도 나왔고 장관 상도 받았다 . “ 우리 아저씨는 지독히도 일했어요 . 그래서인지 지금도 놀질 못해요 . 지금도 봐요 . 콩 심으러 간다고 가네요 .” 할아버지가 일어서자 그림자처럼 할머니도 일어선다 . “ 소원이라고 있간요 . 건강이 최고지 . 우린 평생 일만 했어요 .
오순도순 우리 둘이 남은 인생 사는 거 그게 소원이라면 소원이네요 . 나이가 드니까 서로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좋아요 . 그나저나 비가 오니 좋네요 . 비가 올 때나 이렇게 쉴 수 있거든요 .” 부인은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남편이 안타깝다지만 어느새 그녀 역시 남편을 닮아 있다 .
일손을 멈추게 해주는 잠깐의 빗줄기가 고마운 인생 . 저 멀리 함께 밭으로 향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닮아보였다 .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