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리 깊은 곳 오순도순 12가구 깎고 말리니 , 벌써 가을의 끝자락 ... 계절이 깊어지니 온 산이 울긋불긋하다 . 동상면 수만리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다자미 ( 多子美 ) 마을은 우봉산에 둘러 싸여있다 . 가을날의 마을은 단풍과 붉게 물든 감나무로 화려해진다 .
요즘 농부야 어느 계절이나 바쁘지만 다자미마을 사람들에게 11 월은 특별히 분주한 시기다 . 감을 따고 깎아 말랭이를 만들고 곶감 말릴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 씨 없는 곶감인 고종시로 유명한 동상이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감으로 먹고 살아왔다 해도 과언 아니다 .
12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이웃들은 가족 같다 . 12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보니 서로 간의 사정도 훤하다 . 평균 연령 70 세 . 높은 연령에 농사일이 버거울 때가 많다 . 옛날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 아이도 많았고 가구도 40 호 가량 살던 제법 규모 있는 마을이었다 .
전병구 (80) 어르신은 그때 생생하다 . 조옥주 할머니가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소양면에 사는 최영례 어르신의 사위가 새벽부터 다자미 마을에 와 일손을 도왔다. “6.25 때 화전민이 많았어 . 산골짜기 땅이 좋아 . 그러니까 밭에 감자나 고구마 같은 거 심고 살았지 .
길도 없는데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오더라고 . 그러다 나중엔 먹고 살 것 찾아 하나둘 도시로 떠났어 .” 이곳은 수만리의 마을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하나의 섬이었다 . 나룻배를 타고 들어와 입석마을에서 4km 가량 걸어야 다자미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전영춘 (72) 씨에 따르면 마을에 길이 난 것도 얼마 안 되는 일이다 . “50 년 전에는 길이 없어서 저 멀리 송광사에서 걸어왔어 . 전깃불이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돼 .
그전까지는 촛불 , 호롱불 켜고 살았지 .” 감 깎고 말리느라 바쁜 일상 “ 얼씨구 , 저렇게 높이 올라갔는데도 안 따진다냐 .” 무섭지도 않은지 김나원 (65) 씨는 사다리에 올라 장대를 휘휘 저으며 감을 따고 있었다 . 감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애를 태웠다 .
보고만 있기 아까운 감인지라 하나라도 따서 ‘ 맛이나 봐야겠다 ’ 는 생각에 앞집 향순씨네 집에서 장대와 사다리를 빌려왔다 . 그는 목포에서 살다가 4 년 전 다자미마을로 왔다 . “내가 저놈 꼭 따고 만다! ” 김나원씨가 장대를 들고 잘익은 감을 따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 어제는 학동마을에서 감 따는 걸 거들었고요 . 오늘은 홍시나 맛볼까 해서 감 따러 나왔어요 . 여기 감은 특이하게 씨도 없고 달더라고요 . 자 , 맛있으니까 챙겨가요 .” 장세윤 · 전영춘씨 부부의 집 2 층에서 부부와 사촌동서 조향순 씨가 감삐지 ( 감말랭이 ) 작업에 한창이다.
장세윤 (67)· 전영춘씨 부부의 집 2 층에선 감삐지 ( 감말랭이 ) 작업이 한창이었다 . 이웃사촌이자 실제 사촌 동서간인 조향순 (72) 씨가 장씨의 일손을 도우러 왔다 . 조씨는 흑산도에서 살다 5 년 전 이 마을로 왔다 .
밖에서 껍질을 깎아 안으로 보내면 전영춘씨와 조향순씨가 꼭지를 따고 감을 납작하게 잘라 감삐지를 만든다 . 아직 전체 작업량의 10 분의 1 도 하지 못했는데 어깨며 목이며 성한 곳이 없다 . 앞으로 열흘은 더 고생해야 한다 .
전씨는 “ 여기에는 씨가 있는 감나무를 심어놔도 씨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 고 했다 .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씨가 없어 자손 못 낳을까봐 제사지낼 때 곳감을 안 올렸다고 . 밤이 빨리 오는 마을 산 깊은 곳이다 보니 밤이 빨리 왔다 . 가을이 깊어갈수록 시간은 더욱 밤을 재촉했다 .
마당에 나와 경치를 바라보던 전병구 어르신은 5 시도 안 돼 해가 진다고 했다 . 6 시면 벌써 날이 캄캄해지고 추어져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 어르신도 어릴 적 마을을 떠났다가 3 년여 전 마을로 돌아왔다 . 그에게 고향은 변함없는 모습이다 .
어릴 때나 여든이 된 지금이나 포근하고 정겨운 곳 . “ 고향에 오니 마음이 편해 . 시간되면 이렇게 나와 경치 구경하곤 하지 . 과거나 지금이나 여긴 똑같아 . 변한 게 별로 없어 .
어릴 때 사촌이랑 같이 살았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마을에 모여 같이 사니 좋네 .” 다자미 ( 多子美 ) 마을은 다자미마을 사람들은 주로 감을 깎아 말랭이를 만들거나 곶감을 만든다 . 그 외 본인들이 먹을 만큼의 고구마 , 감자 등을 심어 생활한다 .
다자미란 지명은 예부터 마을에 아들이 많아 외부 마을의 손이 귀한 사람들이 아들을 낳고 싶어 일부러 이사 올 정도였기에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 하지만 마을의 김종례 할머니는 다자미를 아들이 아닌 “ 자식을 많이 낳아 행복하게 키우라는 뜻 ” 이라고 설명했다 .
10월 28일 고종시 마실길 걷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다자미 마을 주민들이 끓여준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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