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질하고 배타고 그랬네 , 지금은 편안혀 ” 일 많이 했지만 힘들단 생각 안 해 지금도 두 딸과 고양이와 여섯 식구 천천히 마을길을 걷다 세 마리의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 조심스레 마당으로 들어가니 경계심 많은 고양이들이 후다닥 낯선 사람을 피한다 .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곳은 임순이 (88) 할머니의 집이다 . “ 배추가 더 커야 되는데 썩어가지고 오늘 그놈으로 먹을 거 좀 담글라고 .” 옥포마을에서 10남매를 키워낸 임순이 할머니. 그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모든일을 긍정적으로 풀어낸다. 쿵쿵 . 순이 할머니는 마늘을 찧고 있었다 .
썩은 잎을 골라낸 배추는 소금에 절여 이미 수돗가에 내놓은 상태 . 오늘 저녁식탁에 올릴 김치는 함께 사는 두 딸과 먹을 반찬이다 . “ 내가 10 남매를 낳았어 . 옛날에는 생기는 대로 낳았잖어 . 그 중 딸 둘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좋아 .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다 해주거든 . 내가 편안혀 .
여기서 내가 손주도 키웠거든 . 손주도 다 컸어 . 늙은이들은 그런 낙으로 사는 거야 .” 서울 사는 큰 아들 나이가 69 세 , 함께 사는 막내 딸 나이가 49 세 . 열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순이 할머니는 일을 많이 했다 . “ 아저씨도 꽤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어 .
그래서 내가 애들 키울라고 노질하고 배도 타고 농사도 많이 지었어 . 배타는 건 이웃들한테 배워서 둘째 아들이랑 고기 잡고 그랬어 .
혼자 살 땐 마을 저수지에서 새우 잡아서 애들 교통비 챙겨줬지 .” 살기 위해 배를 타기 시작했다는 순이 할머니는 “ 배 타는 건 바람만 안 불면 하나도 안 무서워 ” 라며 웃으신다 . 순이 할머니는 인상이 좋으시다 . 웃음도 많다 .
18 세에 화산 와룡리에서 시집온 이후 일을 많이 했지만 그것도 싫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 “ 나는 밤낮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 . 교회도 다녔었는데 요새는 힘들어서 못가네 . 우리 시할아버지도 95 세까지 사셨어 . 옛날엔 다들 그러고 사는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크게 힘든지도 몰랐어 .
우리 10 남매 키울 때도 병원 한 번 안 갔어 . 애들이 건강해서 수월하게 키운 거지 . 나는 힘들어서 운적도 별로 없는 거 같아 . 정신없이 살았는데 지금은 편안해 . 자식들이 다 컸잖아 .”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중간에도 마당에 노란색 고양이들이 어슬렁 돌아다닌다 . 이름은 나비 .
“ 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한테 밥을 줬더니 걔가 여기 와서 새끼를 세 마리 낳았어 . 그 중 한 마리는 죽고 두 마리가 남은 거야 . 우리랑 똑같아 . 나도 딸들이랑 셋이 사는데 쟤들도 세 식구야 .
나비라고 부르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이리와 .” 순이 할머니가 집 뒤에 있는 백년도 더 된 감나무에서 딴 홍시를 건네신다 . 올해 처음으로 먹는 홍시다 . 달다 . “ 맛있지 ? 더 먹어 . 더 따면 되니까 . 김치 담글라면 시간 좀 걸리는데 그때도 올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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