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6] 뜨끈한 생강차가 생각나는 계절, 발효생강차 비법 서두마을 소귀순 할머니의 요리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계절을 구분한다지만 , 나는 뜨끈하고 매콤한 생강차가 생각나는 이맘때쯤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
유명한 생강 산지인 봉동에 이사와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 , 이제 생강차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품처럼 여겨졌다 . 작년에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직접 생강을 사서 여러번 생강차를 담궜는데 , 너무 쓰거나 매워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
애써 담궈 둔 생강차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냉장고에서 1 년을 묵히고 있었다 . 그러다 지난 달에 우연히 알게 된 봉동생강마을의 발효생강차를 구입했고 , 요즘은 매일 한잔씩 마시고 있다 .
보통 생강이 편으로 썰려 있는 생강차와 달리 이 발효생강차는 생강이 곱게 갈아져 있어 뜨거운 물에 바로 타서 진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 이번 달 할미레시피 취재를 위해 어떤 분을 만날까 고심하던 중 간단할 것 같지만 맛 내기가 쉽지 않았던 생강차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
봉동생강마을의 도성진 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하셨고 , 우리는 생강차의 비법을 전수해 주신 어머님을 만날 수 있었다 . 소귀순 할머니 (78) 를 만난 곳은 서두마을에 있는 봉동생강마을 가공공장이었다 .
아침 햇살을 받으며 공장 한켠을 싸리빗자루로 쓸고 계셨는데 , 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 인생의 경험이 많은 사람 , 그리고 내게 닥친 일들을 정직하게 직면하며 살아온 사람은 이야기거리가 많다 .
소귀순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고 , 나는 수첩에 받아적다가 할머니의 재밌는 입담에 빠져들어 급기야 펜을 놓고 말았다 . 할머니는 봉동 제내리에서 태어나셔서 이곳 서두마을로 시집왔다 .
7 대째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시댁은 ‘ 서두마을 부잣집 도씨네 ’ 로 불리고 있었다 . 간호장교가 꿈이었던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게 많고 궁금한 게 많았던 소녀였다 .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굶을 정도는 아니었던 어린 시절 학교 교육은 받을 수 있었는데 ,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교육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 하지만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까지 접은 건 아니었다 .
할머니는 시집와서 지금까지 농사와 살림 , 바느질 , 요리 등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신다 . 할머니의 생강차도 이런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 “ 원래 생강차는 생강을 잘게 썰어서 설탕에 재워두고 끓여 먹었어 .
하루는 남의 집에 김장해 주러 갔다가 거기서 생강차를 주는데 생강이 곱게 갈려 있는거야 . 물어봤더니 고추 빻는 기계에다가 생강을 갈아서 설탕을 섞어서 줬더라구 . 생강이 둥둥 떠있긴 했지만 맛이 좋아서 그 때부터 집에 와서 연구해 봤지 .” 할머니는 그 후 1 년에 걸쳐 여러 가지 실험을 하셨다 .
설탕의 양을 조절해보기도 하고 , 꿀을 넣어 보기도 하고 , 실온 보관과 냉장보관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 부글부글 끓어 올라 병이 터지기도 하고 , 곰팡이가 생겨 버린 적도 많았다 . 가마솥에 끓여 놓고 보관하면 설탕이 굳어서 못 먹게 된 적도 있다 .
모든 과정을 종이에 써서 보관기간을 체크하며 최적의 비율을 찾았고 그 때부터 생강 농사를 지으면 주변 지인들에게 생강차를 만들어 나눠주셨다 . 한번 할머니의 생강차를 맛본 사람은 다음 해에는 주문을 할 수 없냐고 부탁했고 , 소일거리로 시작한 일은 점점 커졌다 .
그러던 중 큰아들이 귀농을 결심했고 , 이 발효생강차 비법을 고스란히 담아 봉동 생강마을 농업법인을 만들었다 . 이제는 쉬어야 할 때도 됐는데 , 할머니는 여전히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신 듯 했다 . 몇 년 전 허리가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젊은 시절에 힘 좀 쓰셨겠다고 하더란다 .
할머니의 허리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지 못하고 늘 긴장 상태여서 힘줄이 늘어나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 할머니는 의사의 말에 “ 젊어서 힘쓰지 안그럼 뭣허요 ?” 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 삶의 여러 굴곡에서 담담하게 때로는 강인하게 부딪혀 온 할머니의 삶이 이 말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
할머니께 소원이 있으시냐고 여쭤봤더니 ‘ 잘 정리하는 것 ’ 이라고 하셨다 . “ 나는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해 . 욕심이 많아서 금강산까지 벌써 갔다왔어 .
가보고 싶은 곳도 다 가봤고 , 이제 자식들 잘 키워냈으니 뭘 더 바라겠어 ” 열정적으로 사셨던 할머니에게 뭔가 대단한 계획이 더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 의외의 답이었다 . 하지만 할머니는 이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사셨을 것이다 .
먹고 사는 게 힘들어 화려한 꿈을 꿀 수는 없었던 시절 ,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며 알알이 열매를 거두던 참어른의 표상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발효 생강차 만들기 1 생강껍질을 깨끗하게 벗긴다 . 2 생강을 곱게 갈아둔다 . * 생강이 갈리지 않으면 설탕이나 물을 조금씩 섞어서 간다 .
3 생강과 설탕을 1:3 의 비율로 잘 섞어둔다 . * 설탕은 흑설탕 , 유기농설탕 , 물엿 등으로 대체하거나 기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 4 하루 동안 실온에서 보관해 발효시킨다 . 5 발효된 생강을 부글부글 끓여서 소독한 병에 보관한다 .
* 수분이 많은 햇생강이 좋으며 토종생강보다는 외래종이 쓴맛이 덜해서 좋다고 한다 . 하지만 할머니 말씀으로는 우리 흙에서 자랐으니 이제는 토종생강이나 외래종 생강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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