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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5.08.29

완주의 문화예술인들

12. 서예가 김채리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5.08.29 13:47 조회 8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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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결을 닮은 글씨를 찾아 서예가 김채리 서예는 점과 획으로 구성된 문자의 형태와 그 의미를 붓과 먹으로써 전하는 예술이다 .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로 삶을 기록하는 수단이자 , 조형예술로 발전한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서예가 김채리씨는 더욱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

#메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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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대 초반 ,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나이지만 그의 삶은 남다르다 . 붓과 먹 , 화선지라는 전통의 도구를 통해 오늘의 감정과 사유를 기록하는 서예가 , 김채리 작가 . 그가 말하는 ‘ 글씨를 쓴다는 것 ’, 그리고 젊은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기쁨 , 치열한 하루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예술이라는 것은 어린 시절의 소소한 경험 , 기억의 조각들이 연결되어 언젠가는 꼭 발현되더라고요 . 작가님에게는 어떤 경험이 있었나요 ? 어렸을 때 반 친구들이 자기 노트를 가져와서 ‘ ㄱ , ㄴ , ㄷ , ㄹ ’ 한글 자음을 써달라는 거에요 .

왜 그러냐 물었더니 제 글씨가 예뻐서 따라서 쓰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 새학기가 되면 새로 나온 교과서를 저에게 들고 와서 이름 써 달라는 친구도 많았죠 . 저는 늘 네임펜으로 친구들 이름 써주는 아이였어요 . 학창 시절에는 맨날 서기였어요 . 회의록 작성하는 서기 .

지금 생각해보니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 어린 시절에도 꿈을 물어보면 늘 ‘ 미술 선생님 ’ 이였거든요 . 대학 졸업 후 다른 일을 하고 있었죠 . 그러다가 취미로 서실을 다니게 됐어요 . 엄마가 저를 제일 먼저 알아본 거 같아요 .

예전부터 그림 , 글씨 쓰는 걸 좋아하니까 서실을 다녀보자고 이끈 거죠 . 그때 나이가 25 살 무렵이었어요 . 얼마나 재미있었냐면 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저녁마다 붓글씨를 쓰는 거죠 . 일하느라 힘든 시기에도 좋은 글귀를 집중해서 쓰면 고요해지고 위로가 돼요 . 새벽까지 매일 썼어요 .

서예가가 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어느 날은 글씨만 평생 쓰고 살라고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 일을 하면서 취미로만 글씨를 쓰다가 공모전에도 내고 상을 타던 시기였어요 .

2018 년 무렵 전주문화재단에서 신진 청년작가 공모전을 보고 호기심에 신청을 했는데 덜컥 제가 뽑힌 거에요 . 그룹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개인전이었어요 . 20 점가량의 작품을 혼자 전시해야 하는 넓은 규모의 전시장이었어요 . 아직 개인전 할 정도는 아닌데 스스로 고민이 많았죠 .

매일 매일 글씨를 쓰던 그 꾸준함으로 작업을 했죠 . 전시할 때 호 ( 號 ) 가 있어야 해서 아빠에게 지어달라고 부탁했어요 . 은혜를 더한다는 뜻의 ‘ 가은 加恩 ’ 이라는 호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이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그때 성경 말씀 전시를 했어요 . 사랑에 대한 말씀 .

문인화 '변치 않는 마음' 부채
문인화 '변치 않는 마음' 부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전시를 보고 가셨죠 . ‘ 작품을 보면서 위로가 되네요 .’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죠 . 내 방에 앉아 새벽까지 쓰던 글씨가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 , 이건 너무 좋은 영향력이다는 생각을 했어요 .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

글귀를 정하고 구도를 잡아 쓰는 데까지 몇 달이 걸려요 . 오랜 시간을 쌓아야 해요 . 서여기인 書如其人 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 글씨 하나를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 글씨가 너무 중요한 거예요 . 화난 마음으로는 글씨를 쓸 수 없어요 . 글씨는 정직해요 .

만약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잖아요 , 그럼 작품이 안 돼요 . 그래서 먹을 가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 오랫동안 벼루에 먹을 갈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는 거죠 . 그렇게 한번 붓을 들면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화장실도 참아야 해요 .

두세 시간은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써내려 가야 하거든요 . 그래서 서예는 자세도 굉장히 중요해요 . 모든 서예는 원필이에요 . 팔과 손의 힘으로 조절해서 한 번의 붓놀림으로 농담 ( 색의 옅고 진하기 ) 을 표현하는 거죠 . 붓놀림은 계속 연습하면서 몸으로 습득하는 수 밖에 없어요 .

저는 묵향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 붓을 코끝에 대고 한참 동안 묵향을 맡다가 연습을 시작하죠 .

온종일 묵향을 맡고 있을 때 내가 뼛속까지 서예가가 되어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 웃음 )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 찾아가는 한글서예교실 프로그램 ’ 을 통해 서예강사로 활동 중이신데 서예 입문자들에 어떤 수업을 하시나요 . 예전에는 서예를 지루하게 느끼곤 했죠 .

최대한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해요 . 먹을 가는 것도 놀이처럼 탐색해보기도 하고 , 노래 가사나 친구 이름 , 자신의 이름처럼 친근한 문장부터 써보는 연습하는 거죠 .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이름 쓰는 걸 중요하게 이야기해요 . 평생 살면서 내 이름 많이 쓰잖아요 . 어딘 가에 서명할 때도 쓰고 .

연습중인 김채리 작가
연습중인 김채리 작가

‘ 지금까지 선생님이랑 배운 거 다 잊어버려도 되지만 내 이름 하나는 잊지 않고 또박또박 정말 예쁘게 쓰려고 노력을 해보자 ’ 그 말 진짜 많이 하거든요 . 내 이름만이라도 예쁘게 쓸 줄 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니까 손근육 자체가 발달이 안되고 있거든요 .

그래서 학교에서도 서예 수업 요청이 많이 들어 오는 추세에요 .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서예는 단순히 쓰는 것이 아니라 글과 함께 사유하며 글씨에 마음을 담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작가님의 앞으로 계획은요 . 작가로서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어요 .

김채리스럽다는 글씨체를 찾아가야죠 . 저는 밝고 따뜻함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 문인화를 그릴 때도 좀 더 따뜻한 색감을 찾게 되고 날카로운 선 보다는 둥글둥글한 스타일의 글씨를 쓰게 돼요 . 어떻게 나누며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

제가 힘들 때 좋은 문장을 써내려 가며 받은 위로나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 그리고 연말에 개인전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 아이 재워놓고 매일 새벽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12 월 13 일 ~18 일까지 ‘ 결 ’ 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회를 엽니다 . 제 마음의 결과 같은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고요 , 사람들에게도 그 결이 느껴져서 위로와 치유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 본 지면은 완주문화재단의 ‘완주예술발굴·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봉동읍 삼봉지구 김채리작가의 작업실이자 캘리공방 (2)
봉동읍 삼봉지구 김채리작가의 작업실이자 캘리공방 (2)

현장 사진

12. 서예가 김채리 사진 1 12. 서예가 김채리 사진 2 12. 서예가 김채리 사진 3 12. 서예가 김채리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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