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를 가슴에 들고 서 있자니 사람이 정말 많이 스쳐갔다 . 새로 지나가는 사람 , 예전에 봤던 사람 , 처음이지만 마치 알고 지낸듯 깊게 느껴지는 사람 . 어떤 사람은 얼굴을 익히자 마자 힘이든다며 고개를 숙이기도했고 ,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것을 한없이 퍼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
새로 만난 또 한 사람은 날카로워 보였지만 괜찮은 척을 했고 , 누군가는 만나자마자 새로운 길을 떠나기로했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 지나치게 자유로워보이던 한분의 첫인상은 정말 비호감이었는데 ,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
또 어떤 이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였지만 , 틈만나면 고물을 주어 집으로 갖고오고 ,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욕구를 아직도 간직하고계시다 .
어느날 바깥의 풀을 뜯어 그림을 그리자는 말에 한 친구는 다 뜯겨 죽어가는 풀을 잔뜩 모아와서는 풀을 죽이는게 미안하니 싱싱한 풀을 뜯을 수 없다며 착한 얼굴을 했고 , 항상 미소담긴 얼굴로 품을 팔러 다니는 세상 좋은 얼굴의 동네 주민은 집 앞에서 개를 키웠는데 , 밥을 먹여 복날 팔기위해서라고 하셨다 .
그 강아지는 지난 중복에 빨간 탕이 되어버렸다 . 하고 싶던 미술을 가르쳐주지 않은 부모님께 반항하는 마음으로 젊었을 때 힘 좀 쓰며 살았다는 스님은 산을 개간해 도로까지 만들어가며 부처님 모실 집을 짓고 있었고 , 시간 날때마다 달마도를 그리신다 .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들이 낮에 커피를 마시면 팔자좋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다고 말하던 페미니스트는 신경질이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세상 해맑은 얼굴로 이쁜 말을 하는 친구는 너무나 이국적인 정원을 가꾸며 항상 라벤더 걱정을 했다 .
완주에서 겪는 모든 일들을 사춘기 아이처럼 신이나서 받아들이는 어떤 이는 돌아오는 겨울에 불에 태워버릴 피아노를 찾아다니는 중인데 그건 나다 .
내가 살던 서울에서보다 ( 고향이라는 명칭은 나에게 아직도 남의 단어다 .) 사람을 더 만난건 아닌것 같은데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는 함께 숨을 쉰 느낌이랄까 .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을 알게된것 같은 생각이든다 .
시골 할머니들이 안녕하시냐는 인사 한마디에 백마디어치 당신의 하루를 쏟아내시는건 , 혹시 그들이 무료해서는 아닐까 생각했었다 . 지친 몸 위에 쌓인 무료함이 자신에 대한 관심에 허기지게하고 , 그 감정이 인사건내는 이가 어쩌다 아직 결혼을 안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는게 아닐까 .
어르신들의 너무나 사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말로 풀어내야하고 , 사는게 힘들다는 밤 넋두리에 마음이 함께 아퍼도 ,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건 좋은 일이라는것을 완주에 와서 배웠다 .
나를 위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아니라면 모두 조건과 배경에 맞추어 사람을 대하며 가슴에 쌓아뒀던 외로움은 , 지나가며 듣는 안부인사 몇마디들이 겹치고 겹쳐 어느새 거의 다 녹아버린듯하다 .
시골사람은 서울사람 코베어 간다고 하고 , 서울사람은 시골사람 앞 뒤없이 무서운 사람들이라 하지만 완주에서 내가 느끼는 요동없는 깊고 열린 마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안녕하세요 , 잘 지내셨어요 ? / 김민경 (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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