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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19.06.05

구암리 883

①'The Beginning'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9.06.05 13:58 조회 3,0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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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리 883 ‘The Beginning’ 가볍게 놀러왔다 머물고 하나 둘 모여 집을 짓는다 여행은 가볍다 . 처음 삼례에 올 때의 마음 역시 가볍기만 했다 . 박스 10 여개와 매트리스 하나 , 식탁 하나로 짐을 꾸렸고 , 여행인 덕에 큰 고민없이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일을 벌였다 .

작년 초 , 함께 집을 짓고 살자는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나는 여행 중이었다 . 내집을 가지는 일은 너무 무겁기만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면서도 고민 한 번 해본 적 없었다 . 물론 그럼에도 월세 생활은 피로한 일이어서 전세금 정도 모아 옮겨 다니며 살자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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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따나 ‘ 편하게 살려는 , 세상 이기적인 ’ 나는 집을 가진다는 말이 가진 무게로부터 평생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렇다고 사는 곳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었다 . 자취를 고민하던 학생 때부터 , 자립하고 싶던 직장인 시절에도 주거 ( 住居 ) 는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바탕이었다 .

때문에 놀러 왔던 삼례의 골목길이 인생행로의 대로가 된 지금 , 정주 ( 定住 ) 하겠다는 생각은 수없이 곱씹어 차근차근 준비해야하는 일이었다 . 한데 집을 지어 아웅다웅 살아보자는 말에 나는 내게 물었다 . ‘ 괜찮을까 ?’ 묻지 않았다 . ‘ 어떻게 ?’ 였다 .

친구 백발과 함께 온 삼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 광열형님 ’ 이었다 . 그를 부르는 이름도 여럿 이었는데 누군가 광열형님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이 동네 아브라함이라고 설명한다 . [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

] 실상 맺어놓은 인연을 보면 사람을 낚게 된 베드로일지도 모른다 . 어딘가에서 산다는 일은 누군가의 지지가 있을 순 있지만 결국 본인의 선택인 일이다 . ‘ 삼례 관계도 ’ 는 누구 때문에 왔다는 설명이 아니라 처음 삼례를 알게 된 경로를 조사하여 만든 인포그래픽이다 .

완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머무르게 된 그 시작점에 광열형님이 있었다 . 그 집은 사람이 오고 가는 교차로 한 가운데 있는 듯 누구나 어울리다 가는 곳이었다 . 그 집에서 차례로 지금 함께 집을 짓는 친구들을 만났다 .

결국 낯선 친구들과 만나 음악을 듣고 , 춤을 추고 , 영화를 보고 , 술을 마셨던 수많은 가벼운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집을 지었다 . 삼례에 오기 전 독립을 꿈꾸며 둘러 보았던 대안 공간들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와 알게 된 일이다 . 중요한 건 누구와 살아가는 지였다 .

이 단순한 사실을 몸소 느낀다 . 누군가는 우리의 관계가 너무 끈끈해서 부담 이라고도 하고 , 누군가는 너희처럼 개인주의자들이 모여서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일이 허황되었다고도 한다 .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는 와중에 귀 얇은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고 이 무거움에서 도망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 그 때마다 지금의 친구들과 쌓은 한 가지 신뢰를 떠올려 마음을 가라앉힌다 . 서로의 모 난 모습을 ‘ 에이 저 미친년 ’ 웃으며 넘어가줄 수 있다는 신뢰이다 .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고집스럽고 조금은 눈치없으면서 예민하게 굴텐데 . 타고난 대로 살 수 있을거라 기대하며 집의 평면도를 그리고 벽을 세우고 지붕까지 올리는 결심을 했다 . 제각각인 친구들과 무슨 음악을 듣게 될 지 , 어떤 춤을 추게 될 지 매일 상상한다 .

상상하며 개인적으로는 구암리 883 이 나의 광장이며 나의 밀실이 되길 바란다 . / 강소연 *** ‘ 구암리 883’ 은 완주에 귀촌한 예술가들의 마을 공동체입니다 . 공동체의 구성원 한 명씩 매 달 글을 쓰며 함께 마을을 만드는 이야기를 알릴 예정입니다 .

현장 사진

①'The Beginning'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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