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을 살아보니 어때? 샘물과 안나는 완주탐험 한 달 살기 참여자입니다 . 완주에 오기 전까지는 완주라는 곳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기도 한데요 , 다른 지역에 살면서 들었던 생각과 완주살이를 하며 느꼈던 마음을 글에 담아봤습니다 .
글쓴이 샘물 2020 년 , 서울에서 일을 마무리 짓고 2021 년부터는 농사를 짓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 지역마다 농장들을 다니며 짧게는 2 주에서 길게는 한 달을 살고 있습니다 . 농장에서 나누어주는 씨앗과 식물을 화분에 심어서 ( 움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 데리고 다녀요 .
영역 이웃 , 그리고 공동체 도시에서 나는 늘 임시 거주자였다 . 살아가던 곳에서 나를 둘러싼 환경들과 잘 섞이지 못했던 것이다 .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옆집 사람과 은근슬쩍 눈을 피했고 함께 나눈 대화는 노래 소리를 줄여달라는 말 뿐이었다 .
불필요하게 서로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었고 어떤 영향을 주기도 , 받기도 싫은 듯 지냈다 . 단절된 관계들이 나를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았다 . 길 건너 편의점이 빵집으로 바뀌어도 무심하게 지나쳤고 동네라는 개념도 옅어졌다 .
동네에서 마주하는 것들과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울 뿐 정신적인 거리는 멀게 느껴졌다 . 익명성을 뒤집어쓴 점이 때론 편했다 . 하지만 단절된 관계 속에서 온전히 뿌리 내리기는 어려웠다 . 이런 불편함은 일상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
반찬을 많이 했을 때 , 양파 한 망을 샀지만 전부 사용하지 못할 때 함께 나눌 이웃이 없었다 . 음식만이 아니라 , 생각을 함께 나눌 이웃이 없다는 것이 종종 도시생활을 허전하게 했다 . 그래서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
반찬을 함께 나눌 이웃이 ,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옆집 친구가 있는 곳에서 지내고 싶었다 . 그런 마음을 안고 완주로 향했다 . 들꽃 가득한 길을 따라 향한 곳곳에서 반가운 존재들이 있었다 . 아늑한 옛 모습을 간직한 거리와 아름다운 산책로 .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 고민과 공감을 나눌 사람 , 산책길을 함께 걸을 이웃이 있었다 . 여기서는 꼭 무엇이 되려 하지 않아도 그냥 ' 나 ' 일 수 있었다 . 그럼에도 환영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 마트에서 우연히 동네카페 직원을 마주친 적이 있다 .
얼굴이 조금 익숙할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인사 나누었고 , 양이 많은 당근 한 봉지를 함께 나누어주셨다 . 서로에게 신세를 기분 좋게 주고 받으며 관계 속에 ' 우리 ' 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다 . 공동체란 무엇일까 . 단순히 같은 지역에 사는 관계는 아닐 것이다 .
공동체는 서로 존재를 환대하는 것이다 . 환대는 ' 자리와 장소를 내어주는 것 ' 이다 .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영역과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내어주는 이웃이 모여 공동체가 된다 .
이곳에서 이름을 부르며 끼니를 챙기는 이웃 , 당근을 함께 나눌 관계가 있었기에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 자리를 찾아갔다 . 오고 가는 신세 속에는 공감과 보살핌이 담겨 있고 ,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 이곳에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낯선 나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던 사람들을 , 함께 밥 먹으며 실없는 농담 주고받았던 시간을 기억한다 . 그들은 나를 이웃으로 환대해주었고 , 나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 이들에게 받았던 환대가 돌고 돌아 또 다른 이웃을 맞이할 것이다 . 글쓴이 안나 빛이 고운 평야에서 왔어요 .
한 달 살기를 하며 호칭이 여러 번 바뀐 참여자이기도 해요 .( 웃음 ) 살짝 엿들었는데 ,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더라고요 . 영화관에서부터 놀이동산까지 . 문화기획을 좋아하고 그 일을 업으로 하고 싶어해요 . 구체적이고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 몰입할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
서로의 결이 맞는다면 굉장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까 , 감히 상상해 봅니다 . 만경강에 손을 집어넣고 살 수 있다면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 , 모두가 여전히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자신의 일을 할 때도 괜히 다시 지하로 갈 때까지 강을 쳐다보곤 했다 .
내가 사는 곳엔 천밖에 없어서 그렇게 크고 많은 물은 여전히 생경하고 신기하다 . 완주에 와서 만경강 징검다리를 건너며 강이란 건 아주 빠르고 커다랗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그리고 아주 가까웠다 . 돗자리를 깔고 멀리 쳐다보는 곳이 아닌 바로 발 앞의 물이었다 .
징검다리 위에서 물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물살을 느끼고 수온을 느끼다 사는 곳 앞에 이렇게 큰 물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 주위를 자주 걷고 여러 번 물을 만질 수 있으면 여유가 생길 것 같았다 .
여러 사람들에게 완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공동체 , 느슨한 연대 , 두레 같은 단어들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 혼자서도 잘 해내는 게 당연한 도시에서 나는 이미 많은 여유를 소모했고 연료 없는 자동차처럼 탈탈거리다 이곳에 왔다 .
항상 확실한 길 , 잘 깔려있는 아스팔트를 원해왔지만 도착해보니 완주는 여러 사람이 지나다녀서 난 오솔길 같았다 . 멀리 사람들이 보이는 길도 있고 어딘가는 내가 밟아서 만들어야 할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
스스로 길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 모호하고 어려워 보이는데 , 내가 완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원하면 우선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 . 떠밀지는 않으면서 내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구나 싶다. 농사를 시작할 수도 시장에서 일할 수도 문화 기획을 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서서 방향만 살펴보고 있다 .
어디론가 방향을 정하고 걷게 된다면 아마 여러 사람들이 느슨하게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그럼 열심히 걸어보다가 힘들면 또 만경강에 손 한 번 집어넣고 다시 한 번 출발하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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