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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22.12.26

웃어라 공동체

완주탐사프로젝트 3차 가을캠프의 이야기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2.12.26 16:15 조회 2,4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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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견한 고산의 예술적인 장소들 두 번째 이야기 완주탐사 프로젝트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 우리 모두 그날의 특별했던 고산을 기억한다 . 우리의 등굣길 , 슈퍼 가는 길 , 산책하는 길 곳곳에 예술가와 함께한 기억이 스며들어 우리의 일상적 공간에 특별함이 깃들었다 .

지난 11 월 호에 이어 완주탐사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 4 인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

탐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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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사라지는 , 무모한 죽음을 기억하려는 여은희의 설치작품과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아 달라지는 의미를 피아노 선율로 들려준 김민경의 < 망각의 시간 >, 고산의 골목에서 다양한 놀이를 찾아 즐기는 임기택과의 < 돗가비의 숨박질 >, 도깨비 탐정 TF 를 꾸려 고산의 소리를 기록하는 장효정의 < 지구에서 온 소리 > 프로젝트를 풀어 본다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임기택과 < 돗가비 숨박질 > 커다란 보호수 주변의 낙엽을 묵묵히 쓸고 있는 이가 있다 .

다들 언제 시작하지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연신 돌아보는데 , 갑자기 빗자루를 들고 있던 이가 나무 뒤로 숨더니 , 머리를 묶고 , 옷을 갈아입고 나와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시작한다 .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이끌 듯 고산의 골목골목에서 임기택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

바닥에 그려놓은 그림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고 뛰는 작가를 따라 관객도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 벽에 손을 짚어보기도 하며 골목놀이를 함께했다 . 골목에 흐르던 작은 천에서 물을 퍼올려 관객들의 손마다 작은 컵을 쥐어주며 , 물을 따라주기도 , 그 물로 동그란 길을 그리며 발걸음을 이어갔다 .

마지막 장소에선 기둥과 벽을 오가며 기대어 “ 꼭꼭 숨어라 , 머리카락 보일라 ~” 노래를 부르며 다같이 숨바꼭질을 했다 . 그러다 갑자기 술래는 사라지고 , 빗자루 하나가 나타났다 . 도깨비에 홀린 듯이 골목 어딘가에서 두리번거리는 우리만 남아있다 .

우리는 모두 도깨비였어 장효정 < 지구에서 온 소리 > 술래를 찾아 서성거리던 관객들에게 갑자기 방송이 들린다 . 고산에서 들려오는 도깨비 소리를 찾는 도깨비 탐정 TF 가 순식간에 꾸려졌다 .

임명장을 받고 , 도깨비 소리를 기록하는 도깨비 지도를 받아 고산 골목을 돌아다니며 도깨비의 흔적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 새가 우는 소리 , 물이 흐르는 소리 , 분주하게 움직이는 식당의 소리 , 방망이로 두드리는 소리 등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골목의 소리를 각자의 방법대로 기록했다 .

도깨비 소리를 찾는 골목 탐사가 마치고 , 각자 기록한 도깨비 소리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입에서 입으로 , 소리에서 소리로 전해진 도깨비 소리는 모두 우리가 내는 소리였고 , 우리 모두는 도깨비였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

도깨비 탐험을 마친 우리들은 이제 고산의 소리를 전하고, 기록하는 도깨비가 되어 생명의 소리를 찾아 나설 것이다. 쉽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김민경 , 여은희 < 망각의 시간 > 완주탐사캠프가 시작되던 날 이른 오전부터 가을빛으로 완전히 뒤덮인 만경강변의 나무에 붉은 천이 하나 , 둘 감겼다 .

두 작가가 이야기하는 망각의 시간은 망각의 소리이기도 하다 .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부당하고 슬픈 죽음은 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는 하지만 쉽게 잊혀 사라져버린다 . 여은희 작가는 그 사라지는 소리를 , 안쓰러운 생명의 죽음을 되새기고자 이번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

생명 , 피 , 혈관을 의미하는 붉은 천은 나무와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메우며 , 피아노로 연결된다 . 한 겹 , 두 겹 덧대어지는 붉은 천이 만경강변의 공기와 피아노 선율을 감싸주며 어느 날의 무모한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

김민경 작곡가는 연주 시작 전 이태원 참사와 가까운 가족의 죽음 이야기로 운을 뗐다 .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어느 날들의 사건이 붉은 천 위에서 ‘ 소리 ’ 로 울려 퍼졌다 .

그 ‘ 소리 ’ 는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음으로써 의미가 달라지는 것 , 그 중 ‘ 부정성 ’ 에 집중하며 , 아프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무력함을 이야기했다 .

물이 흐르는 곳 , 사실상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설치된 피아노는 강렬하고 슬픈 붉은 빛의 소리로 만경강변을 채웠고 , 그 순간의 감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피아노 위의 손 , 페달을 밟는 발은 무척이나 섬세했고 , 미세하게 떨렸다 .

이태원 참사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두 예술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쉽게 사라져버린 무모한 죽음을 , 있어선안될 일들을 이야기했고 ,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어느 날의 죽음을 떠올렸다 .

관객으로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행여나 무섭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 우는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따뜻한 말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현장 사진

완주탐사프로젝트 3차 가을캠프의 이야기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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