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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공동체 · 2018.04.30

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3

대충 버무려 매번 같은 듯 다른 맛, 쑥버무리

사람들이 함께 웃고 배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현장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8.04.30 14:37 조회 3,28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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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할매 新 음식디미방 3] 대충 버무려 매번 같은 듯 다른 맛 , 쑥버무리 우리가 이번에 만난 유순예 할머니는 (84) 지난 달 만났던 최귀례 할머니의 단짝 친구다 . 고산읍내에 있는 도서관 앞을 지나면 두분이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

유순예 할머니는 우리에게 쑥버무리를 해주시기로 했는데 , 무릎이 아파서 쑥을 캐기가 힘들다며 못하겠다고 하셨다 . 따뜻한 봄날에 할머니와 함께 쑥을 뜯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봄나물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싶었는데 , 계획이 무산되나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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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분을 찾 아 다른 아이템을 발굴해서 취재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

당신 집 대문앞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유순예 할머니  하지만 , 할머니와의 인연을 저버리고 새 인연을 만나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았고 , 봄철 쑥버무리는 향긋한 쑥내음과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입맛없는 봄에 실컷 먹어보고 싶었다 .

우리는 쑥을 구입해 올테니 함께하자고 말씀드렸는데 , 옆에 계시던 최귀례 할머니께서 반나절 나가서 캐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 일정이 안 맞아 함께 쑥을 캐러 가지는 못했는데 두 분이 캐오신 쑥을 보고 깜짝 놀랐다 .

잠깐 나가서 캤다는 쑥은 빨간 ‘ 고무 다라이 ’ 에 가득 담겨 있었는데 무릎이 아프신 두 분이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짐작이 갔다 . 미안한 마음도 잠시 온 집안에 진동하는 쑥내음을 맡으며 벌써부터 쑥버무리를 먹을 생각으로 철없는 손녀딸처럼 마냥 설레였다 .

소문이 났는지 이 날 마을의 할머니들이 모두 유순예 할머니 댁에 모이셨다 . 음식을 하기 전에 우리는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어 자리에 모여 앉았다 . 유순예 할머니는 솔직한 화법이 매력인 분이다 . 삼례가 고향인 할머니는 20 세에 이 곳 고산으로 시집을 와서 , 열 살 많은 남편을 만났다 .

사이가 좋았던 남편은 할머니가 47 세 때 먼저 세상을 떠나고 곧이어 다음해에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차례로 돌아가시면서 할머니의 시집살이는 끝났지만 , 더욱 고된 ‘ 인생살이 ’ 가 시작되었다 .

할머니는 6 남매를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전주로 나가 여관 청소 , 식당 , 닭집 일 등 안해 본 일이 없었다 . 할머니에게 자녀들에게 해준 맛있는 반찬 비법이 있는지 여쭤보니 할머니는 “ 잘 해준게 있건디 , 가난한디 .” 이렇게 말씀하신다 . 순간 아차 싶었다 .

할머니가 사셨던 시절을 조금만 상상해보면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답이었다 . 배고픔은 다이어트 할 때만 느끼고 , 늘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물어본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 이야기가 길어지려고 하자 , 옆에서 듣고 있던 최귀례 할머니는 어서 쑥버무리를 하자고 하신다 .

오늘의 비법 전수자는 유순예 할머니이신데 , 최귀례 할머니께서 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부엌으로 가신다 . 아무렴 어떠리 . 마을 잔치를 벌인 것처럼 다같이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

어느 순간부터 유순예 할머니는 부엌으로 안 들어오시고 , 밖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화투판이 벌어졌다 .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순식간에 쑥버무리는 완성되가고 있었다 . 최귀례 할머니는 손이 빠르셔서 우리가 무게를 재기도 전에 ‘ 직감 ’ 으로 뿌려 버리시는 바람에 우리는 제대로 계량을 할 수 없었다 .

정확히 계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할머니 비법을 공유해야 하는데 , 할머니께 얼마나 넣었는지 여쭤보면 시원시원하게 말씀하시던 할머니도 어려워하신다 . 누군가 ‘ 대충 ’ 에 숨겨진 할머니의 비법을 찾아낸다면 , 아마 소중한 음식문화 유산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

어느 덧 쑥버무리가 완성되었고 , 쑥 한움큼으로 쑥전도 만들었다 . 쑥전 역시 저울에 계량하기 전에 바로 볼에서 밀가루 반죽과 버무려지고 있어 정확한 양을 적지는 못했다 . 할머니께서 양손으로 쥐어 두번 정도 넣으셨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

쑥전과 쑥버무리를 완성해서 잠깐 화투판을 멈추고 다같이 나눠 먹었다 . 화투에 몰입하고 계시던 유순예 할머니도 맛있게 드시며 좋아하신다 . ^^;; 쑥버무리와 쑥전을 중심으로 작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풍경.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를 치고 있다.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아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다 .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듣는게 재미있으면서도 , 같은 시공간에 사는 이분들이 이 시대의 삶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

배고픔이 가장 큰 고민이던 시대를 사셨던 할머니들은 지금의 이 시대가 천국이라고 하신다 . 과연 그럴까 ? 몸으로 느끼는 배고픔 대신 정신적인 결핍으로 힘들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할머니들의 이 말씀에 쉽게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

배고픔을 잊기 위해 먹었던 할머니의 쑥버무리와 별미로 즐기는 우리의 쑥버무리는 이렇듯 같으면서도 다르다 . 그래서인지 같은 자리에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짧게나마 다른 시공간으로의 접속을 시도해 본 이 시간이 더욱 소중했다 .

[ 쑥 버무리 ] 재료 : 쑥 2kg, 쌀가루 2.7kg, 흰설탕 약 10 큰술 ( 취향껏 ), 소금 1 작은술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 모여서 함께 먹으면 좋아요 ~ 쑥을 한번 씻어둔다 . 물기가 촉촉하게 있는 상태이면 좋다 .

( 쌀은 3 시간 정도 불리고 난 후에 가루를 낸다 .) 쑥을 뒤집어 주면서 설탕 6 주먹과 , 쌀가루 2.7kg 을 넣는다 . 큰 솥에 물을 ⅔ 정도 채우고 , 겅그레 위에 보자기를 올린다 . 물이 끓기 전에 반죽을 넣는다 . 20 분쯤 이후 젓가락을 푹 ~ 눌러 넣어 익었는지 확인하고 먹는다 .

할머니 팁 !! 밀가루로 하면 수분을 더 많이 가져가서 쑥 털털이 느낌으로 포슬포슬한 식감이 난다 . [ 쑥 전 ] 재 료 : 위의 쑥 버무려 둔 반죽 한움큼 , 쌀가루 300g, 밀가루 6 큰술 , 흰설탕 4 큰술 , 쑥 떡을 찌기 전 가루와 쌀가루 , 흰설탕 , 밀가루를 모두 버무린다 .

팬에 기름을 두르고 뻐글뻐글하게 ( 할머니 언어 ) 굽는다 . 완성된 쑥전과 쑥버무리. 누군가가 쑥전의 반을 이미 먹은 흔적이 보인다.

현장 사진

대충 버무려 매번 같은 듯 다른 맛, 쑥버무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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