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실마을 들어가는 길 첫번째 집에서 만난 할머니는 인생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도 손은 한시도 쉬지 않는다 사람의 노래 2편, 수실마을 할머니 아직은 튼튼한 몸 … 잘 키운 자식 …
이 정도면 행복한 거지 화산에서 차를 모는 도시 촌놈은 뻥 뚫린 , 앞으로도 막힐 일 없는 길을 달리며 산천초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트가는 짧은 길에서조차 매번 평안한 행복을 느꼈다 .
해가 아직 강하던 날 , 등이 다 굽어 내 가슴팍에 겨우 닿을만한 키의 할머니가 20kg 쌀을 등어리에 진채 나무 그늘 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눈앞의 풍경에 기분 좋고 , 세상 편한 도시 사람의 호의로 집에 모셔다드리겠다고 여쭙자 ,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차에 짐을 실으셨다 .
노인네가 그 큰 쌀을 등에 지고 걸어가니 , 나는 당연히 골목 몇개 지나면 도착하는 곳에 집이 있으려니 했지만 , 할머님은 차로도 7-8 분을 가야하는 다른 마을에 살고 계셨다 .
나라면 오늘의 할 일에 넣지도 않았을 땡볕에 맨몸으로 쌀 나르는 일이 할머니에게는 생각났을 때 해야 하는 일의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 할머니가 주신 블루베리 요거트를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화산 구석구석 자리잡은 작은 마을들이 얼마나 오지이고 산골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
나라면 걸어서 갈 생각도 안했을 저 건너 마을 , 나라면 단 한 번에 엎어져 울고 있을 이야기들 , 나라면 인생이 무너져 외로운 동굴로 들어갔을 사건 사고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읊으시는 할머니 ,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같은 감정이었다 .
수실마을 들어가는 길 첫번째 집에서 할머니께 길을 여쭤보다 함께 앉아 쪽파를 다듬게 되었다 . 소 한마리 먹이시는 축사 옆으로 넓게 자리한 밭 한 바닥에 이것저것 심고 돌보신다 .
할머니 발이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이야기 중간에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셨다 . 다음 주에 올 아이들에게 줄 김치거리를 캐고 다듬고 , 여기저기 잘라서 말려놓은 채소들을 뒤집고 , 소에게 밥을 주고 그러는 중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풀어내신다 .
처음 시집와서 돈을 벌고자 들었던 쌀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 둘째 며느리로 들어와 집안의 첫 아들을 나았을때의 기억들 , 그렇게 아이를 키우려고 나간 도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남편을 새벽 뺑소니 교통사고로 잃은 이야기들을 끊어지지 않는 자식 자랑 사이사이로 툭툭 내시고는 또 다시 일어나 다음 일거리로 잰 걸음을 하신다 .
아직 튼튼한 육체 , 착실하게 잘 키워낸 아이들 , 내가 살 번듯한 집 , 그 정도면 행복한거 아니냐며 웃으시는 할머님이 세상 부자 , 대단한 인생예술가처럼 느껴졌다 .
그렇게 찾아뵐때마다 내 손에 김치를 쥐어주시고 , 바닥이 차다며 송아지 방한 조끼를 내어주시는 따스한 할머니 , 그 조그만 몸으로 자식을 혼자 다 길러내신 억척스럽지만 소녀처럼 이쁜 할머니는 조실부모하고 친척 손에 자라셨지만 , 그 또한 지나가는 에피소드처럼 몇 마디하시고 만다 .
수실마을 할머니의 인생노래가 마치 잊혀져가는 구전 농요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 무게와 깊이를 넘어선 슈베르트의 짧은 가곡처럼 그 자체로 빛을 다하는 아름다운 노래들을 많이 담아놓아야 할 것 같다 . / 김민경 ( 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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