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사람의 노래 ⑱4월의 Snowdrop 2 월말 한 낮의 해가 조금씩 따듯해지면서부터 나는 봄이 오는 줄 알고 설레발을 쳤다 .
3 월에는 완주보다 더 먼저 개화한 서울의 벚꽃과 개나리꽃을 보았고 , 이웃집 마당에 월동을 마치고 움트는 구근식물의 잎파리들을 보고 봄이라고 , 새롭다며 그리고 이제 다시 따뜻하다고 한껏 흥분했다 . 그렇게 맞은 4 월 초는 아직도 춥다 .
처마가 긴 우리집은 낮에 해가 떠도 안방에는 냉기가 서늘하게 돌고 , 아침 저녁 밖으로 나가는 길엔 겨울 옷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 . 때를 기다려야 완연한 봄이 오는걸 , 나는 또 작은 신호들을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너무 일찍 봄을 마중나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중 The Season 이라는 피아노 소품이 있다 . 음악잡지사의 의뢰로 1 월부터 12 월까지 매 달을 특성을 음악으로 그려 매달 악보를 연재를 했다고 한다 .
긴 세월동안 작곡가들은 봄을 반복해서 노래하였고 , 많은 작품들은 봄의 싱그러움 , 새로움 혹은 꽃샘추위를 얘기하며 내게 온 봄을 노래하였다 .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 중 4 번째 작품 4 월은 눈속에서 꽃이핀다는 ‘Snowdrop( 설강화 )’ 을 부제로하여 이제 겨우 봄이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다 . 그것도 곡의 첫 부분에서는 꽃을 노래하는것이 아닌 설강화의 구근이 버텨낸 겨울 땅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듯 단조 풍으로 시작한다 .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구구절절함이 없이 마치 관찰자처럼 추운 땅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이어 낮은음을 누르다 가볍고 빠르게 높은 음으로 뛰어가고 , 거기서 다시 낮은 음으로 점프해서 내려가는 듯한 악상을 반복한다 .
마치 작고 하얀 꽃망울 , 그리고 고개를 한껏 숙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설강화 꽃을 묘사하는 듯 들려 듣는 이에게 청초하며 가볍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 . 러시아에 살고 있어 완주의 나와는 다른 계절감이 있었겠지만 , 차이코프스키의 4 월을 들으며 모든 것이 때가 있음을 생각한다 .
소중하고 또 소중한 것을 잃는 일도 , 가슴을 내어주고 원하던 것을 얻는 일도 , 사랑을 주어야 할 때도 혹은 거두어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때가 있는것 같다 .
그리고 그것들은 각자 자신의 상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고 , 그것을 읽을 수 있는지는 우리의 현명함에 달려있는건 아닐까 . 지금 사랑을 달라고 말하는 이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고 ,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씨감자는 또 미리나가서 구하고 다닌 3 월이었다 .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나에게도 모든 일의 때를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조금 더 성장하기를 바라며 시작하는 4 월이다 . 김민경 (완주문화재단 한달살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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