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탐방 중인 작목반원들, 씨받농 활동의 중심에는 농사를 짓는 작목반이 있다 토종씨앗은 식량 주권 , 1 회용 종자엔 미래 없다 토종고추에서 가능성 찾은 농부들 토종씨앗 수집하며 농사짓고 교육 활동 씨앗 나누고 연말엔 토종김장도 계획 농 ( 農 ) 의 한자에는 노래곡 ( 曲 ), 별진 ( 辰 ) 자가 붙어 ‘ 별을 노래한다 ’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
아름다운 이 뜻을 처음 알았을 때 , 옛날 그 어느 날 이러한 마음으로 농사를 지었을 농부를 떠올리며 수첩 한 귀퉁이에 잘 적어뒀다 . 농가탐방을 시작하면서 다시 그때의 수첩이 떠올랐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다 .
- 2020 농가탐방 기록 중 , 씨앗받는농부 이혜리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대다수 농가는 글로벌 종자회사에서 판매하는 종자에 의존하고 있다 . 그 씨앗의 대부분은 F1( 잡종 1 세대 ) 종자이거나 터미네이터종자 ( 불임성종자 ) 다 .
첫 수확은 가능하지만 그 다음 세대는 퇴화되거나 아예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1 회용 씨앗인 셈이다 . 자연법칙을 거스르고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게 조작된 씨앗은 화학약품에 의존해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 식량과 작물에 대한 주권 상실이다 .
다시 말해 토종씨앗의 중요성은 식량과 작물에 대한 주권을 되찾고 자본에 잠식되어 가는 세계화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1970~80 년대 많은 토종씨앗이 자취를 감추었는데 최근 전국적으로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늘어가고 있다 .
완주에도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교육하고 농사짓는 토종씨앗 지킴이들이 있다 . 영농조합법인 씨앗받는농부 ( 이하 씨받농 ) 가 그들이다 . ■ 새내기 농부들의 겁 없는 도전 토종씨앗의 정의는 다양하다 .
시기나 범위에 대한 논쟁도 다양하지만 씨받농은 이 땅에서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을 토종씨앗이라고 정의한다 . 씨받농은 2015 년 고산 사는 농부 9 명이 참여한 씨앗모임으로 시작했다 . 토종씨앗을 나누고 홍보하는 활동을 펼쳐오던 중 실제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지어보자는 생각이 강해졌다 .
2018 년께 현 씨받농 대표인 이종란 씨가 고산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토종고추로 농사지을 사람을 모집했고 , 그때 모인 19 명이 주축이 되어 현재의 영농조합 씨앗받는농부가 탄생했다 . 당시 모인 회원의 80% 는 이제 갓 귀농한 새내기 농부들이었다 .
수십 년간 농사지어온 농부들은 토종씨앗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는데 농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새내기 농부들이 겁 없이 도전한 셈이었다 . 이들은 각자의 땅에서 토종고추를 키우는 활동을 시작했다 . 합치니 모두 2 만주 . 많지는 않아도 얼마간의 수익을 냈다 .
큰돈은 아니었지만 토종고추로 수익을 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뻤다 . 이들은 토종고추 농사를 지은 농가들을 탐방하며 토종고추와 일반고추간 수확량 차이가 크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그것은 가능성이었다 .
■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농사짓고 교육하다 현재 씨받농 회원 수는 50 여명으로 크게 수집 , 농사 , 교육 3 개 그룹으로 운영된다 . 그중에서도 마을어르신들을 찾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일이 우선이다 .
지난해 씨받농은 1~3 월 동안 고산의 어우리와 원산리 , 율곡리를 돌며 수집활동을 펼친 결과 모두 90 종의 토종씨앗을 수집했다 . 마을어르신이 시집올 때 가져온 씨앗 , 과거 이웃의 누군가에게 얻은 씨앗들이었다 . 인터뷰와 촬영을 기반으로 한 기록 작업과 씨앗 관리가 꼼꼼하게 이뤄졌다 .
수집된 토종씨앗들은 각자의 번호를 갖게 되고 , 그것들은 이제 완주만의 씨앗으로 남게 된다 . 이종란 대표는 “ 겹치는 씨앗도 많고 이미 사라진 씨앗도 많았다 . 마을을 다니다보면 알지 못하는 씨앗들이 나오기도 한다 . 수집은 무척 재미있는 과정 ” 이라고 소개했다 .
이들은 수집된 토종씨앗 등을 포함해 매년 봄과 가을이면 토종씨앗 나눔 행사를 연다 . 2019 년 처음 씨앗나눔행사를 가진 데 이어 올해 3 월에도 씨앗나눔행사를 열었다 . 지역 주민뿐 아니라 토종씨앗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함께 씨앗을 나누며 책임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
씨받농 활동의 중심에는 농사를 짓는 작목반이 있다 . 사라져가는 토종씨앗을 심어 지역의 농가에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 이종란 대표가 채종한 토종고추 5 종을 지역의 16 개 농가가 심었고 , 무릉배추와 청방배추를 시작으로 지역에 토종배추를 정착시키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
완주에서 대대로 심어온 흰마늘을 키우고 , 북흑조 , 붉은 찰나락 등 완주에 맞는 품종으로 토종벼 농사를 짓는 이들도 있다 . 씨받농은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이들은 “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토종씨앗 , 그리고 농업을 접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직접 심어보고 씨앗을 받아보고 수확물로 요리를 해보는 방식 ” 이라고 말했다 .
오는 11~12 월에는 토종고춧가루와 토종재료를 활용한 토종김장 , 토종고추장 담기 등의 활동도 예정되어 있다 . 씨받농 회원들이 토종 고추장을 만들고 있다 ■ 어떤 농사꾼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 사실 이종란 대표도 처음부터 토종씨앗을 고집하는 농부는 아니었다 .
2008 년께 녹색평론을 통해 토종씨앗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 그때부터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 과연 나는 어떤 농사꾼이 되어야 할까 . 세계의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 답은 하나였다 . 자립 .
이 대표 뿐만 아닌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모든 농부들의 마음에 새겨진 단어이기도 하다 . 이 대표는 “ 나의 원칙이자 농사 철학은 자립이다 .
과거 농부들도 필요한 모든 것을 집에서 만들어 썼듯 , 외부 환경이 변해도 농부로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 며 “ 자립은 지구의 기후 위기 , 재난 등에 맞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 이라고 말했다 . 우리 것을 지키려는 신념 .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향해 가는 걸음은 뚝심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 결코 쉽지 않다 . 이 대표는 “ 나름의 고집과 원칙을 지키려다보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 한 번씩 지쳐서 울기도 한다 . 그럼에도 해야 한다 . 이것이 우리가 다함께 살 길이기 때문 ” 이라고 말했다 .
이들의 활동이 해를 거듭할수록 완주에서도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 이들은 그들이 지역에 있는 한 토종씨앗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계속 될 거라 믿는다 . 이 대표는 “ 앞으로 완주만의 토종고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 중 하나이다 .
이 지역에서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늘려가려 한다 . 씨앗을 이 땅의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일 , 그것이 우리의 근본적인 신념이자 해야 할 일 ” 이고 덧붙였다 .
[씨앗받는농부 사무국] * 문의 _010-2559-3090 * 계좌 _ 농협 351-7981-23 씨앗받는농부영농법인 * 블로그 https://blog.naver.com/jr1481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0년 무지개다리 사업을 통해 '다름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완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무지개다리 사업은 지역주민과 다양한 문화주체가 문화예술을 통해 서로의 문화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공동체사회에서 같이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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