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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의 삶의풍경 · 2016.10.05

손재주 좋은 지게대학생 남편과 대변인 똘방아내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6.10.05 15:44 조회 1,76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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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 좋은 지게대학생 남편과 그의 최측근 대변인 똘방아내 황현성 어르신과 부인 최혜영씨 오뉴월 댑싸리 밑의 개팔자라는 속담을 아는가 . 댑싸리는 또 무엇인가 . 시골 담장 밑에서 뚫고 나온 댑싸리의 여린 잎은 봄과 여름 사이 어른 허리만큼 자라난다 . 조밀한 가지마다 잎이 촘촘하다 .

그 댑싸리가 만들어낸 그늘은 개 한 마리 누워 자기 딱 좋다 . 여름의 한 낮 . 사람은 사람대로 정자나무 그늘아래서 쉬고 , 개는 개대로 댑싸리 그늘아래 팔자 좋게 낮잠을 자는 모습이 그려진다 . 가을이 되면 연두빛 댑싸리 무리는 벼가 익어가듯 노랗게 색이 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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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이 여물고 이파리가 시들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면 마을어르신들은 낫을 들고 나오신다 . 댑싸리비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낫으로 벤 댑싸리를 탈탈 털어내고 비슷한 크기대로 모아 엮으면 대나무비보다 가볍고 쓸기 좋은 댑싸리비가 된다 .

마당에는 댑싸리비 , 토방에는 수수비 , 방안에는 갈대비 몇 개 만들어 쟁여 놓으면 마음이 든든했다고 한다 . 생활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직접 만들어 쓰던 시대를 생각해본다 . 뒷산에서 자라난 나무며 강가의 키 큰 풀들이며 마을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들이 모두 재료가 된다 .

기술자라고 명명할 수 있는 특정한 사람이 없었고 모두가 생활 속의 필요한 기술을 자기식대로 익혀 써먹었던 시절 .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성한 몸뚱이 하나로 당당하게 버티던 시절이기도 하다 . 죽어라 일만하던 어르신은 자신의 굽어버린 손을 낮춘다 . 굽은 손을 마주한 젊은 나는 한 없이 낮다 .

나는 그저 몇 자 적는 재주가 있으니 어르신의 손 안에 담긴 당당한 것에 대해 설을 풀어야겠다 . 새끼꼬기에서 시작된 생활의 기술 운주 완창마을의 황현성 (71) 어르신은 손재주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

몇 해 전부터 완창마을 공동작업으로 댑싸리비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어르신이 안계시면 작업속도가 나질 않는다고 한다 . 댑싸리비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 15 분 , 하루에 180 개 정도는 가뿐히 만드신다고 한다 . 황현성 어르신의 손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 집게손가락이 많이 굽어 있다 .

색도 거뭇하다 . 시골에서 살면서 처음 입문하게 되는 생활기술은 새끼 꼬기가 아닌가 싶다 . 처음 새끼를 꼬던 때는 12 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 부모 없이 할아버지랑 둘이 살던 시절이었다 . 유전적인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귀가 안 들려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

“ 째깐할 때 맨날 방에서 뭐 하겄어 . 할아버지가 방안에서 새끼 꼬고 가마니 만들고 그러는거 쳐다보면서 익힌 거지 . 할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오갈 때도 없으니까 이집 저집 머슴살이를 혔어 . 가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몸으로 일하면서 산거지 .

손이 좋으니까 왠만한 것은 다 손으로 고치고 만들고 그러면서 산거지 .” 어르신이 만든 댑싸리비는 윗부분이 한 손에 잘 잡히게 날렵하고 중간부분에 속박이를 해서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풍성하다 . 가뿐하게 손에 잡히며 마당을 쓰는 ‘ 싹싹 ’ 소리가 듣기 좋다 .  수수빗자루 만드는 모습.

노간주 나무로 직접 만든 두부 물 짜내는 물건.

마룽에 앉아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집의 안주인 최혜영 (63) 아짐은 어르신이 만든 근사한 둥구미 , 댑싸리비 , 수수비 , 대나무 발 , 노간주나무로 만든 두부 짜는 물건 , 은행나무로 만든 절구 방망이 , 호롱박 등을 마당 한 가득 내어 놓으셨다 .

어르신이 애써서 만든 것들이라 사람들이 찾아오면 이렇게 자랑을 하고 싶다고 한다 . 짚과 나무로 만들어 탁 나기 쉬운 물건들이 세 것처럼 상태가 좋다 . 습기 많은 여름이면 햇빛에 내어놓고 말리고 닦고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는 성가신 일을 최혜영 아짐은 매번 도맡아 하신다 .

심지어 44 년 전 시집올 때 장만한 솥단지도 반질반질 윤이 난다 . 옛날 것은 지긋지긋하다며 지나가는 고물상한테 헐값에 팔아버리는 여느 시골 아짐과는 참 다르다 . 도시 사람들이 와서 어르신이 만든 소쿠리나 대나무발을 팔라고 해도 이제는 안 판다고 하신다 .

“ 나중에 아저씨 먼저 가면 그때 쳐다보고 있을라고 . 이것이 다 추억이지 . 임자가 없으면 쳐다봐야지 . 이거 만드는 것이 여간 대건해 . 저 양반 손이 다 까칠해졌어 . 애써서 만든 것이니까 나중에 며느리 손자손녀한테 물려 줄라고 관리를 하는 거지 .”  직접 만든 동구미.

할아버지가 만든 물건들을 설명하고 계시는 최혜영씨. 너는 내 운명 황현성 어르신의 귀와 입을 대신 하는 건 안주인 최혜영 아짐이다 . 최측근 대변인이라 할 수 있다 . 귀가 안 들리는 어르신이 어디 가서 억울한 것을 뒤집어쓰게 될 때는 먼저 달려가 성깔 부리고 따져야 했다 .

잘 따지기 위해서는 더 많이 듣고 봐야 했다고 한다 . 그래서 시간 나면 신문이나 책을 읽으셨다고 한다 . 꿀리지 않고 잘 따지기 위해서 . 최혜영 아짐은 19 살 시집오던 때를 이야기 하며 , 그 당시에는 당돌하게 자신이 먼저 어르신을 택했다고 한다 .

“ 넘의 집에서 황소를 끌고 나오는 걸 봤는데 아 .. 멋있더라고 . 그 모습을 보고 나를 굶기진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택한 거지 . 남자는 배우고 똑똑하면 뭐하냐 그저 땅뙈기에서 열심히 일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 . 곡괭이질하고 땀 흘리는 사람이 좋겠더라고 . 우리 둘 다 무식쟁이여 .

내가 그래도 더 아는 것이 많으니까 내가 맞춰가면서 살면 되겠더라구 .”  할아버지가 만든 댓사리 빗자루. 할아버지가 만든 조롱박. 이것이 댑사리. 남의 집 사랑방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첫아기를 낳고 , 어르신이 산에서 해 온 나무를 장작으로 패 한 다발에 600 원씩 팔기도 했다 .

손재주가 좋아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일해 벌어 온 돈을 안주인은 알뜰히도 모았다 . 살던 집에서 불이 나 다시 시작해야 했고 , 어르신은 논산까지 가서 일을 구하느라 몇 해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 홀로 가정을 지켜야 했던 안주인의 베갯속에는 늘 칼이 숨겨져 있었다 .

귀 안 들리는 아버지를 자식들이 무시할까 봐 아이들 앞에서는 남편을 깍듯이 대했다고 한다 . 밥상 앞에서도 아버지가 숟가락 들기 전에는 학교 지각하더라도 꼼짝 없이 기다리게 했고 , 부부싸움은 하고 싶어도 꾹 참다가 아이들 학교 가고 나서야 양재기 던지며 싸웠다고 한다 .

양재기가 찌그러졌다가 펴지를 반복하는 사이 소도 10 년 키워보고 딸기 농사 12 년 짓는 사이 빚도 갚았다 . 아들자식 장가보내고 이제 다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 사람만 남았다 . 일만 하느라 손가락은 굽었다 . 굽은 손 안에 차곡차곡 담긴 생활의 기술들은 높고 당당하다 .

서로의 인생을 가장 가깝게 지켜본 부부는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근사한 몇 마디로 정리를 한다 . “ 우리가 평생 배운 것은 일밖에 없어 . 우리 아저씨는 지게 대학교 나왔어 . 내가 장난으로 그래 . 맨 몸으로 지게 하나 메고 땅 파먹고 농사지으면서 살았으니까 . 그것이 지게대학교지 .”

현장 사진

손재주 좋은 지게대학생 남편과 대변인 똘방아내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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