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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3.01.10

봄날의 햇살같은 사람, 운주면 평촌마을 김민주 씨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3.01.10 10:24 조회 98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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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 운주면 평촌마을 김민주 이야기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이 참 많지만 나는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 행동이 날랜 편도 아니어서 어린 시절부터 독립생활자가 되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집안 어른들로부터 적지 않은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했다 .

그 시절에는 부지런하지 못함을 나의 결함으로 여겼지만 , 지금은 그것을 나만의 고유한 삶의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 누구나 저마다의 삶이 리듬이 있다고 믿는다 . 대둔산과 천등산 사이로 이어지는 17 번 국도변 운주계곡 옥계천 옆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김민주(52) 씨 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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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 부지런함 ’ 이라는 표현으로는 다 담기 어려운 그녀만의 고유한 삶의 리듬이 있었다 . “ 천등가든은 결혼하고 나서 18 년 동안 하다가 작년 3 월부터는 다른 분에게 세 내주고 여기 카페는 3 년 전에 오픈했어요 . 곶감도 결혼하면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고요 .

여러 가지 사정도 있지만 ,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서 정리했어요 . 연탄 나눔 자원봉사 8 년 , 운주면 자원봉사 15 년 , 봉동 호롱불 봉사회 집수리 봉사는 2 년째 하고 있는데 저는 주로 도배하는 일을 해요 . 또 15 년 동안 하고 있는 운주 사물놀이에서는 북을 쳐요 .

북 잘 친다고 완주 고수상도 받았어요 . 저는 뭐든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 무조건 움직이고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려서 궁뎅이를 붙이고 있을 수가 없어요 .” 가게 뒤 옥계천. 5월이 되면 민주 씨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다슬기를 잡는다.

20대 시절 김민주 씨. 드라마 토지의 주인공 최수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던 때였다.

그녀의 이력과 활동 반경은 마을 부녀회장 , 완주 정보화 농업연구회 부회장 , 운주면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생활개선회 운주지회 부회장 , 운주 방범대원 등으로 이어지고 그 바쁜 와중에도 2013 년에는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다 .

그러고도 틈만 나면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면사무소에서 난타도 배우고 배드민턴도 배우고 캘리그라피도 배운다 . 특별히 이익이 되지도 않는 일들이지만 그야말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달이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 이렇게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

“ 저는 전주 팔복동에서 태어났어요 . 2 남 2 녀 중에 막내딸로요 . 부모님이 흥부상회라는 쌀집을 하셨는데 어렸을 때는 항상 풍족했던 것 같아요 . 아쉬운 거 하나도 없이 사랑을 듬뿍 받고 컸어요 . 친정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 엄마한테 많이 배웠어요 .

저희 엄마가 불쌍한 사람 오면 무조건 뭐라도 쥐어서 보내주고 그랬어요 . 엄마가 맏며느리라 손도 크고 늘 베풀고 사는 걸 어려서부터 봐왔죠 . 엄마 영향이 커요 . 지금 제 마음도 그렇고요 . 그냥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어요 .

내 몸이 귀찮고 돈이 안 되더라도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엄청 기분이 좋아요 .

그냥 내가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고 그냥 저녁에 잘 때 잠도 잘 오고 어쩌면 내 마음 편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몰라요 .” 민주씨는 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전주여상을 나와 스무 살부터 서울에 있는 금강제화 총무부에서 7 년을 일했다 .

서울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170cm 에 48kg 이라는 경이로운 몸매의 소유자로 회사의 모델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 지금 성격과는 다르게 말수도 적고 내성적이었던 민주씨는 전주로 내려와 옷 가게를 열고 가구점 , 등산복 매장 등을 운영하며 꽤 성공적인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

그때 등산복 매장에 오시던 시어머니의 적극적인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서른여섯에 결혼을 했다 . 결혼하면서 처음 시작한 곶감 만드는 일이 지금은 주업이 되었다. “ 등산복 가게를 하던 때인데 , 단골로 오시던 아주머니가 항상 아들 옷 100 만 원어치를 사가시는 거예요 .

그분이 결국 제 시어머니가 됐죠 . 저를 보니까 예쁘장하니 일도 잘하게 생겼고 남자 고생 안 시키게 생겼다고 해서 저를 딱 며느리감으로 찍은 거죠 . 매출을 많이 올려주니까 우리 아들하고 저녁밥 한 번만 먹어달라고 부탁을 하시니 제가 어떻게 안 한다고 하겠어요 .

그렇게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 신랑이 6 개월을 우리 집 앞에 와서 안 가는 거예요 . 그렇게 저 서른여섯 , 신랑 마흔에 결혼을 했고 이곳 완주에 오게 됐죠 . 시댁은 비봉이고 결혼해서부터 천등가든을 시작했어요 . 남편 ( 국윤상 ) 은 결혼 전에 대둔산 동심바위 휴게소에서 일을 했어요 .

동동주를 만들어서 등짐 져서 올라가 팔았어요 . 50 만 원짜리 호랑이 박제를 사서 대둔산 정상에서 5 천 원 받고 즉석사진을 찍어주며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죠 .

마흔이 되도록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는데 저를 운명처럼 만나게 됐답니다 .” 전주와 서울 같은 큰 도시에서 살다가 처음 해보는 산골살이였지만 민주씨는 불편하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 마을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좋았고 , 앞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대둔산과 천등산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옥계천이 있어서 그냥 원래 이곳에 살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

그리고 사계절 다 좋아하지만 , 그중에서도 특히 봄을 좋아한다고 했다 . 남편 국윤상 씨와 함께. “ 저는 봄에 다슬기 잡는 걸 엄청 좋아해요 . 5 월부터 물이 좀 따뜻해지거든요 . 요 앞 옥계천에 나가서 하루에 두 시간씩 다슬기를 꼭 두 달을 잡아요 . 잡아서 동네 할머니들도 나눠드리고요 .

다슬기 잡는 게 고요한 명상이기도 하네요 . 물소리 , 새소리 들으면서 참 좋아요 . 힐링된다고 해야 되나 , 그 순간이 그냥 멈춘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 또 봄에 고사리 뜯는 거 좋아하거든요 .

고사리 한창 나는 그 한 달 동안 산속에서 바쁘게 지내고 고사리 철 지나고 5 월 말경이 되면 다슬기 철이 돌아와요 . 그래서 봄이 좋아요 .” 민주씨는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생활과 봉사활동을 늘려갔다 . 그 사이에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더 활발해지고 편안해졌다고 한다 .

원래부터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지금 민주씨를 아는 사람들은 민주씨를 밝고 명랑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 민주씨는 자신의 그러한 변화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의 형편에 따라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지금의 삶이 즐겁고 소중하다고도 했다 . 선물용 곶감을 포장 중인 김민주 씨. “ 에너지가 넘치는 긍정의 아이콘 , 누구한테든 희망적인 사람 , 유쾌한 사람 , 마음이 밝고 환한 사람 .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 이건 노력만 해서는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 내 마음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해요 . 특별히 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의도를 앞세우면 금방 지치고 또 표시가 나는 일이죠 . 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내 마음에서 끌리는 대로 해요 .

계산하지 않고 내가 뜻이 있으면 그냥 해요 . 부모님이 날 착하게 태어나게 해줘서 마음이 악한 곳을 향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 이렇게 산속에서 사람들하고 즐겁게 어우러져서 살다가 가면 그만이에요 . 큰 목표는 없어요 .” 지난 한 해를 살아내느라 몸의 기운이 가라앉은 나날들이다 .

며칠 푹 쉬면서 여행을 다녀올까 , 영양제를 먹어볼까 , 슬그머니 돈 쓸 궁리를 하다가 역시 기운은 사람에게 받는 기운이 좋다는 걸 깨닫는다 . 겨울에도 봄빛을 품고 있는 사람 , 김민주 씨 덕분이다 .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봄날의 햇살같은 사람, 운주면 평촌마을 김민주 씨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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