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양이야 , 밥은 먹었니 ?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던 아기고양이를 본 순간부터 “ 나는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을 틈틈이 관찰한다 . 검은색 고양이 , 노란색 고양이 , 삼색 고양이를 보면서 저 고양이는 어떠한 사정과 행로를 거쳐 지금 여기에 있을까 상상한다 .
한 고양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 적어도 무작정 혐오하기는 어렵다 . 누구라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
서로 아무런 삶의 연결고리가 없을 때 더 쉽게 혐오하지만 , 서로의 삶이 한 자락이라도 섞이면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는 꼭 생긴다 .” 은유의 < 다가오는 말들 > 에 쓰여 있는 한 문장을 살짝 바꿔봤다 . 고양이를 사람으로 바꾸면 은유의 글과 같아진다 .
고산우체국에서 근무하는 권애경씨 (49 세 ) 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돌봐주기 시작한 것도 한 고양이를 가만히 들여다 본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 발이 없는 고양이를 위해 만들어 놓은 고양이 아파트에서 밥을 주고 있는 애경씨. “ 어느 날 어떤 아기 고양이가 나한테 와서 잘 따르더라고 .
목줄이 있는 길냥이였어 . 안기더라고 . 뭐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밥을 챙겨주다 보니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또 그 새끼가 새끼를 낳고 몇 대를 걷어 먹이고 있지 . 그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 그런데 나 말고도 먼저 챙겨주고 있는 언니가 있더라고 .
나도 몰랐는데 어느 날 밥 주러 가면 내가 챙기지 않은 밥이 있는 거야 . 나중에 알고 보니 삼례우체국 앞에 옷가게 ( 이구아나 ) 언니가 고양이 밥을 챙기고 있더라고 . 서로 좋은 사람인 것을 알아보고 그랬던 거지 .
고양이가 연결해준 좋은 인연이야 .” 권애경씨는 반려견 6 마리 , 반려묘 4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 물론 남편과 아들 둘도 함께 . 처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 큰 아들 성화에 못 이겨 첫 번째 반려견을 키우게 됐을 때만 해도 너무 성가셔서 작은 방에 가뒤놓고 키웠다고 한다 .
그러던 어느 날 그 어린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됐고 그것은 너무나도 작은 연결고리였지만 결국 큰 변화를 일으키는 마술이 되어서 지금의 고양이 엄마의 삶을 만들었다 . 고양이 엄마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고단한 일이다 .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눈에 밟혀서 밤낮으로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 하지만 어느 곳에나 동지는 있는 법 , 권애경씨에게도 도처의 고양이 엄마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
우체국에서 근무중인 권애경씨 “2018 년 11 월에 발령받아서 고산우체국으로 왔지 . 어느 날 요 앞 방범초소를 지나는데 애옹애옹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리더라고 . 너무 예쁜 거야 . 뭐 먹고 사나 하고 며칠은 그냥 다녔는데 , 어느 날 보니까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있더라고 .
그때 밥을 주기 시작한 거지 . 그 근처 식당 입간판 밑에다가 밥을 챙겨 줬지 . 그러다가 비 맞지 않게 방범초소 밑으로 슬쩍슬쩍 옮겨놓았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 . 근데 방범대장님께 허락 받고 거기다 놓기 시작했어 .
누가 뭐라고 하면 ‘ 대장님이 줘도 괜찮다고 했는디요 ’ 그래 버리면 되는 거지 . 또 2019 년 겨울쯤에 무발이를 만났어 . 흰 고양인데 뒷발만 남아있고 앞발이 없었어 .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몰라 .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 그 친구 이름을 무발이라고 지어준거지 .
밥을 주기 시작하니까 나를 따르더라고 . 그러다가 전부터 무발이를 챙겨주던 언니도 만난거지 . 서로 이름도 몰라 . 그냥 언니동생 하는 거지 . 그 언니가 나보다 먼저 무발이를 발견하고 밥을 주는 사람이었는데 , 추운 겨울에 집을 만들어다 줘도 안 들어가더래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안 들어가 .
그래서 몇 개를 더 만들어다 줬어 . 집이 여러 개면 그 중에 마음에 드는 한 군데는 들어갈 거 같아서 . 집에다가 우산도 달아줘서 비 피할 수 있게 해놨지 . 그때서야 집하나 골라서 들어가 앉아 있더라고 .
그 후에 몇 마리가 들어와서 살더라고 .” 열아홉에 임시직부터 시작해서 스무 살에 전주우체국에서 정식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권애경씨는 하루가 너무 짧다 .
고산우체국에서 여섯시에 퇴근하면 근처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고 일곱시엔 삼례 공용주차장으로 가서 그곳에 사는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고 집에 가면 여덟시가 훌쩍 넘는다 . 청소하고 씻고 밥 먹고 나면 열한시가 넘어야 발 뻗고 쉴 수 있다고 한다 . 고양이 엄마의 일과는 주말에도 연휴에도 쉼 없이 이어진다 .
시간도 시간이지만 고양이 삼사십 마리를 먹여 살리려면 사료 값도 매달 오십 만원이 넘게 든다 .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 지금은 너무 바쁘고 시간 내는 것이 어렵지만 언젠가 퇴직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고양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한다 .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고양이 엄마들의 사회적인 연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고양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바쁠 때 서로 품앗이를 해가며 돌보게 되면 엄마들에게도 고양이들에게도 더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 아픈 고양이에게 약을 섞어 특별식을 만들고 있다. “ 내년이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지 .
삼례나 봉동으로 가게 될 거 같은데 . 걱정도 되지 . 발령나는 곳마다 거기에 있는 길고양이들 챙기게 생겼으니까 .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힘들겠지 . 지금은 전주 , 삼례 , 고산 이렇게 챙기고 돌아다녀 . 가는 곳마다 , 어딜 가나 길에 돌아다니는 동물들 밥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
그래서 내 마음이 놓이기도 해 . 챙겨오던 애들이나 잘 챙기고 싶어 . 퇴직하면 고양이들 밥 주러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싶어 . 지금은 퇴근하고 챙기느라 정신이 없거든 . 좀 여유롭게 애들을 보살피고 싶어 .
집에 같이 사는 아이들도 도통 놀 시간이 없으니까 강아지들이랑 산책도 자주 다니고 싶고 . 그런 일상을 살고 싶은 거야 .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 사실 나도 고양이 엄마의 삶을 살고 있다 . 같이 사는 고양이도 있고 밥과 잠잘 곳을 내주는 길고양이 친구들도 있다 .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건 칠년 전이다 . 가게 뒤 안에 나타난 까만색 작은 고양이가 시작이었다 . 곁을 주진 않았지만 도망가지도 않고 1 미터 거리를 두고 가만히 앉아 나를 살피는 눈치였다 . 그 아이에게 ‘ 고산 ’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밥을 주기 시작했다 .
고산이는 그 후 여자친구를 데려 와서 놀기도 하고 몇 마리의 고양이를 더 데리고 왔다 . 아무래도 밥 주는 만만한 인간이 있다고 소문을 낸 모양이다 . 그렇게 시작된 길고양이의 인연 . 그 후 치즈 , 치자 , 줄줄이 , 여동생 등 많은 고양이들이 오고 가곤 했다 .
추운 겨울 차갑고 딱딱하게 식어있는 어린 고양이들을 묻어 주곤 했는데 , 어느 때 부터인가 고양이들 이름 짓기를 멈추게 됐다 . 골목길을 걸을 때면 시선이 늘 아래를 향하게 된다 . 누군가 챙겨놓았을 사료 그릇들을 보면 그 동네와 사람들이 좋아진다 .
고양이들은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답고 귀여운 존재들이다 . 큰 동작을 하지 않고 천천히 쪼그려 앉아 멀찍이 있는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양이들은 조용히 눈을 맞춰준다 . 평화로운 순간이다 .
밥을 내주고 잠 잘 곳을 마련해주면 참 고맙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그냥 그들이 지나가는 데로 그들이 살고 싶은 데로 그대로 가만히 들여다 봐주면 참 좋겠다 . 우리가 사는 마을 어느 곳에서나 고양이들은 함께 살아가고 있다 . 우리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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