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미경의 삶의풍경 · 2016.06.08

이슬씨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16.06.08 14:45 조회 1,759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마침내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스물다섯 그녀의 아름다운 시절 이슬씨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이슬씨는 스물다섯이다 . 그녀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운주면 수청리에서 수청농장을 운영하며 닭을 키우는 일을 한다 . 그녀에겐 아이가 둘 있다 . 첫째의 이름은 진우 , 둘째는 하람 .

평범하지 않았을 그녀의 갈림길들이 궁금했다 . 운주가 고향이고 중학교는 전주에서 다녔지만 학교 공부는 하나의 길만을 말해주었기에 그녀는 여러 갈래의 길을 안내해준 간디학교를 찾았다고 한다 . 간디학교에서의 생활은 충분히 행복했지만 졸업할 무렵 다시 나타난 갈림길에선 망설임과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

중학교 때부터 양계장일을 해온 이슬씨. 양계장 앞에서 (3)
중학교 때부터 양계장일을 해온 이슬씨. 양계장 앞에서 (3)

“20 살 때 . 그때 굉장히 힘들었죠 . 간디학교에선 타인과 공동체의 삶을 알게 해줬어요 .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찾는 거였는데 , 저는 다른 것은 열심히 했는데 그것만 못한 거 같아요 . 사람한테 관심이 많다 보니까 친구들 문제나 관계에 집중한 거죠 .

내 자신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희생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이 강했고 남들 눈치를 보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더 편하고 좋았던 그녀였지만 늦게 찾아온 사춘기에 그녀는 갈림길 앞에서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 채 서성이고 방황했다고 한다 .

그 시절의 두려움은 삭발 , 여행 , 칩거생활로 이어졌지만 애니어그램 지도자과정 공부와 영성공부로 마음을 다스렸고 우연히 찾아온 남편과의 만남이 결국 그녀에게 망설임 없이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용기를 줬다고 했다 . “2 년 정도 나를 찾아가는 방황의 과정이었어요 . 거짓 나에 속지 말자 .

나를 찾는 훈련을 많이 했죠 . 거의 다 됐다고 느꼈을 때 남편을 만난 거죠 . 만약 이런 훈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을 만났다면 똑같이 상처받고 서툴렀을 거예요 . 근데 그 이후에 만났기 때문에 잘 관계를 맺게 된 거죠 .

나의 중심이 서니 흔들리지 않았어요 .” 남편 송치재씨와 이슬씨, 첫째 진우와 둘째 하림이. 아버지 이석재씨가 첫째 진우를 데리고 마실을 나갔다가 돌아오셨다. 무례한 질문이었지만 왜 그렇게 빨리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낳았는지 궁금했다 . “ 남편은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어렸지만 저랑 잘 맞았죠 .

제가 가장 원하는 걸 해줬어요 . 내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을 때 , 보통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방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 근데 남편은 수용해줬죠 . 안아주고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그때 저는 22 살 남편은 21 살이었어요 .

그리고 1 년 뒤에 결혼을 했어요 .” 남편은 아이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것이 달랐다고 했다 .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를 낳자고 했고 , 양가 부모님 모두 그런 이들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고 했다 .

갑자기 나타난 두 갈래의 길에서 주저함 없이 하나의 길을 선택했지만 그 길은 쉽지 않은 길 , 어떻게 먹고 살며 아이를 키우는지 궁금했다 . “ 어린 시절부터 닭 키우는 일을 많이 도왔어요 . 닭 차들이 와서 싣고 가요 . 살아 있는 닭들 다섯 마리씩 잡아서 옮기는 작업을 해요 .

여름철에는 직접 닭을 잡기도 했어요 .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닭을 잡았는데 나중에는 나름 한 몫을 했죠 . 닭 잡는 게 흥미로워 보였어요 . 처음에는 똥집 까는 일을 했죠 . 닭 내장 빼내는 것은 기술이 필요해요 .

닭털 돌려서 빼는 게 제일 힘든데 , 큰 칼로 배 가르고 , 목이랑 , 닭 발을 탁 쳐내는데 한 번에 가르고 쳐야 해요 . 그래야 고기가 안 상하거든요 . 전 그거 연습하다가 손을 다쳐서 몇 바늘 꿰맨 적도 있어요 .”  자신의 행복을 위해 방송댄스를 배운다는 이슬씨.

닭 잡는 이야기를 듣고 나선 그녀가 스물다섯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 그녀의 이야기에는 그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고선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디테일이 담겨 있었고 삶에 대한 진지하고 담담한 태도가 묻어 있었다 .

먹고사는 일과 아이 키우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일주일 두 세 번은 전주 시내에 나가 방송 댄스를 춘다고 했다 .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 “ 그 동안은 특별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좀 힘들었어요 .

평범하게 살며 가치관에 맞게 사는 것 , 더불어 사는 것 , 혼자 보다는 같이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죠 . 아이도 셋째 까지는 확실히 낳을 거구요 . 넷까지는 생각중이에요 . 나랑 다른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험이 참 감사해요 .

아직 젊으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지금은 이 아이가 가장 중요해요 . 태어나서 천일까지의 시간은 다신 오지 않잖아요 . 그리고 남편이 졸업할 때쯤 결혼식도 올리고 함께 못간 신혼여행도 다녀오려구요 .

프랑스의 떼제공동체와 산티아고 길을 가고 싶어요 .” 소설가 보르헤스는 세상을 ‘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개의 길들이 있는 정원 ’ 이라고 했다 . 인생은 결국 , 반복되는 수많은 갈림길 위에서 어느 하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

어떤 길로 들어서든 결국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므로 기억할 만한 질주이고 용기인 것이다 . 나는 오늘 화산면 소청리에서 닭을 잡고 아이를 키우며 앞으로 마주칠 또 하나의 갈림길로 다가서는 기억할 만한 질주 혹은 용기 있는 스물다섯의 이슬씨를 만났다 .

어쩌면 지금이 이슬씨 인생의 화양연화일지도 모르겠다 .

현장 사진

이슬씨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