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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5.06.19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이야기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5.06.19 10:16 조회 6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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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돌봄의 연결망 속에 산다는 것. -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씨 : 완주노인복지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대뜸 ‘ 밥은 챙겨먹고 다니냐 ’ 는 꾸중같은 질문을 던지고 텃밭으로 총총총 사라졌다가 푸성귀를 잔뜩 들고 오는 동네 할머니의 무심한 다정함 .

어르신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전경애씨 (4)
어르신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전경애씨 (4)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 어디 가냐고 ’ 묻는 동네 할아버지의 장난스러움 .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해서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들 . 배고픈 길 위 동물 친구들의 밥을 챙기고 하루 종일 묶여 있는 마당개들과 산책하는 이들의 발걸음 .

며칠째 닫혀 있는 동네 어르신 댁의 대문이나 텅 빈 빨래줄 , 혹은 며칠째 널려있는 똑같은 빨래를 감지하고 문을 두드려 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이 모든 마음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무한 증식하는 것이 상호 돌봄의 시작 아닐까 .

작년 한 해 동안 ‘ 돌봄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 이라는 책을 곁에 두고 수없이 읽었다 .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삶을 가로질러 가족으로 한정되는 돌봄의 범주를 새로이 규정하고 돌봄의 관계를 맺는데 인간 ,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그 개념으로 ‘ 난잡한 돌봄 ’ 이 등장하는데 ‘ 난잡함 ’ 이라는 개념을 ‘ 가벼운 ’ 또는 ‘ 진정성 없는 ’ 이라는 의미가 아닌 돌봄의 관계를 맺는 데 대상을 구별 또는 차별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사람을 돌보며 그 관계를 무한히 증식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쓰임이 된다면 전경애 (56 ) 씨 는 완주군 고산면의 최고참 노인돌봄생활지원사이다 . 2020 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 노인돌봄생활지원사 ’ 라는 직업이 등장하게 되었고 경애 씨는 완주노인복지센터 소속으로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

주로 하는 일은 일상생활 지원 ( 말벗 , 식사 도움 , 청소 , 외출 동행 등 ), 안전 확인 및 정서 지원 , 생활 상담 및 서비스 연계 ( 복지관 , 병원 등 ), 위기 상황 시 응급 대처 및 보고 등이지만 정해진 일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

“ 내 직장을 가지고 싶었어요 . 아이들도 크고 가정 내에서의 돌봄은 어느 정도 끝난 거 같아서 지역사회 돌봄 일을 하게 된 거죠 . 이 사업이 2020 년에 시작되었거든요 . 제가 처음 지원해서 활동한 첫 생활지원사였죠 . 그때 나이도 오십이었는데 딱히 할 일을 찾을 수 없더라고요 .

그렇다고 도시로 일을 구하러 갈 수도 없고 . 그런데 마침 이 일을 보니 안정된 일자리라고 생각했어요 . 12 시 반에서 6 시까지 근무하니까 오전에 내 일을 할 수도 있고 .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쓰인다는 게 저에게도 큰 힘이 되고 기분이 좋아요 ” 전경애 씨는 2010 년 익산에서 완주 고산면으로 이주했다 . 아파트에서 뛰는 두 아들에게 늘 ‘ 뛰지마 ’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일상생활지원 청소관리 중 (2)
일상생활지원 청소관리 중 (2)

마침 지인의 추천으로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는 삼우초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학교 앞 시골 마을에 집을 지었다 . “ 아이들한테는 이곳이 고향이에요 . 작은 애는 대학생되었고 큰 애는 군인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삼우초 다니면서 너무 좋아했죠 . 지금도 고맙다고 그래요 .

학원도 안 보내고 마음껏 뛰어놀게 해줘서 .

저 역시도 아무 연고도 없이 이곳에 왔는데 그 당시 삼우초 양육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낯선 곳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이 없었죠 .” 전경애 씨 역시 이 동네의 크고 작은 돌봄의 관계망 속에서 튼튼히 뿌리내리며 살아왔기에 , 지금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문을 두드리고 들여다보는 것 완주노인복지센터는 경천 , 고산 , 비봉 , 운주 , 화산 지역을 관할하며 총 36 명의 생활지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 경애 씨는 고산지역의 생활지원사 총 11 명 중 한 명이다 . 경애 씨가 돌보는 어르신은 현재 15 명이다 .

어르신들은 경애 씨를 ‘ 지원사양반 , 관리사 양반 ’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 저희는 주로 혼자 계시는 분들을 주로 찾아다니는 거죠 . 여러 가지 생활 , 정서 지원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고독사를 예방하는 것이에요 .

집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여러 번 보게 되기도 했는데 , 그럴 때 제가 빨리 가서 발견한 게 그나마 다행인 거죠 . 이런 돌봄서비스가 없었다면 더 늦게 발견되었을 수도 있어요 . 돌아가신 분을 갑자기 만나게 되면 순간 당황스럽고 떨리기도 하죠 . 근데 이것이 제 직업이잖아요 .

교육받은 대로 매뉴얼 대로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 어르신이 전화도 안 받고 댁을 찾아갔는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마음이 쿵 하죠 . 그래서 전화가 안 될 때면 밤이라도 찾아가봐야 해요 . 어르신이 전화를 두고 밭에 나가셨거나 , 귀가 잘 안 들리셔서 집에 계시겠지 하고 넘기면 안 돼요 .

직접 가서 문을 두드리고 들여다봐야 해요 . 2020 년에 맞춤돌봄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매뉴얼은 요양보호시설에서 따온 거이기 때문에 현장이랑 안 맞더라고요 . 5 년 동안 저희가 현장에서 겪는 상황들이 그대로 매뉴얼로 반영되고 계속 구축해나가고 있는거에요 .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어르신들 인지저하 예방을 위해 색칠공부, 퍼즐, 한글교육등 맞춤돌봄서비스를제공하고 있다. 경애씨 트렁크에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들 (3)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어르신들 인지저하 예방을 위해 색칠공부, 퍼즐, 한글교육등 맞춤돌봄서비스를제공하고 있다. 경애씨 트렁크에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들 (3)

진짜 맞출돌봄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 생활지원사의 일은 그보다 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 밭에서 일하고 계신 어르신이 있으면 밭일도 함께 돕고 , 곶감 철에는 곁에 앉아 감을 깎기도 한다 .

때로는 괴팍한 어르신이나 억지를 부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 대부분의 경우 존중하며 이야기를 들어드린다고 한다 . 경애 씨는 그분들이 살아온 거친 세월을 이해한다 .

가난과 전쟁을 겪으며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나이 들어버린 어르신들의 곁에 조용히 앉아 끈질기게 듣다 보면 , 닫혀 있던 마음도 서서히 열리게 된다 . “ 나는 돌봄이 재미있어요 . 일단은 어르신들이 순수해요 . 평생 남한테 요구하며 살아오지 않아서 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을 쑥스러워하세요 .

저는 그런 모습이 귀엽고 좋아요 .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편하게 이야기해요 . 관계가 좋아지는 거죠 . 저희가 일방적으로 어른신들에게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어르신들에게 많이 배워요 .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 당신 살아온 이야기 , 경험들 .

생활의 지혜같은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삶에서 많이 배워요 .” 경애 씨는 몇 해 전에 자동차를 바꾸면서 특별히 빨간색 차를 골랐다고 한다 . 어르신들이 멀리서도 자신이 오는 걸 알아볼 수 있도록 . 오늘도 경애 씨는 달려간다 .

/ 글·사진=장미경 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

어르신들이 잘 알아볼 있도록 눈에 띄는 빨간색차를 몰고 다니는 경애씨 (2)
어르신들이 잘 알아볼 있도록 눈에 띄는 빨간색차를 몰고 다니는 경애씨 (2)

현장 사진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이야기 사진 1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이야기 사진 2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이야기 사진 3 고산면 어우리 전경애 이야기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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