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의 애정을 갈구한다면?
(11) A.I.
온 세상이 AI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AI가 우리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거라는 거다. 아니,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AI를 모르고서는 이제 사람 취급을 못 받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AI, Artificial Intelligence, 한국말로 하면 ‘인공
지능’이라는 건데, 문외한이 이해하기로는 컴퓨터가 '사람 같은' 지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사람보다 월등한 속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취합하고
기억하고 분석하는 것이 컴퓨터의 기본 속성이니 뭐, 지능을 가질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인간처럼 ‘감정’을 가진다면?
인간처럼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애정을
갈망한다면? 그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아직까지는 사람의 외모를 본뜬 로봇의 얼굴이 기괴하고
조잡하지만, 조만간 사람과 구분이 어려운 외모를 가진 로봇이 단순히 정보를 척척 내놓고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바로
곁에서 애정을 갈구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면?….
영화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영화이다.
데이빗은 코마상태에 빠진 어린 아들 때문에 끝 모를 슬픔에 빠진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남편이
전문가에게 의뢰해 만든 아이 로봇이다. 이 특수제작된 인공지능 로봇은 아들과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사람처럼 굴지만 인간이 ‘사용법’에 적
힌 대로 입력시키기 전까지는 아직 자신의 용도,
즉 엄마를 사랑하는 어린 아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특수 용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만약 고객이 이 로봇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면 로봇은 재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된다.
아내가 망설이다가 사용지침을 입력하자 로봇은
다정하게 “엄마!”라고 속삭인다. 이렇게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스필버그는 숱한 걸작을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상상력과 정서를 다룬 영화에 특히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는 감독이다. 볼 때마다
즐거운 <쥬라기 공원>, 를 생각해보라! 도 그 계열 중 하나이지만, 이 영화는 단
순한 동화를 넘어서 아이(인간)가 가지는 엄마(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갈구가 어떤
것인가를 참으로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진짜 아들이 회복하자 버려진 데이빗은 몇 천 년 후(그렇다. 이 아이의 갈구는 그렇게 오래 지속된다!) 외계인의 도움으로 마침내 엄마를 만난다. 약속된
단 하루 동안 엄마와 단 둘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진 아이가 날이 저물자 엄마 곁에서 함께 영원한
잠에 빠져들 때, 데이빗은 이미 로봇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가장 절절하고 순수한 갈구를 지닌
인간 그 자체이다. 그 갈구가 너무도 절절해서
가슴이 아려온다.
※ 김영혜의 영화산책은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 김영혜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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